청주시 통장동원 목표액 정해 동·통별 할당
실제 도움 받아야할 저소득층에까지 모금도
시 “자율성 바탕 안내문만 발송했을 뿐” 해명

청주시가 연말연시를 맞아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모금하면서 여전히 할당 구태를 벗지 못하고 있다. 시민들은 도대체 언제까지 이같은 방식에 의존해 성금을 모금하느냐며 모금방법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성금 모금액이 각 통별로 배정되면서 실제 도움을 받아야 할 저소득층에까지 성금을 모금해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마저 발생하고 있다.

청주시는 올해 목표한 연말 불우이웃돕기 성금 모금액은 지난해와 비슷한 9억원이라고 9일 밝혔다. 강제 모금 논란에 대해 시 관계자는 “자율성을 바탕으로 하는 것인 만큼 강제성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모금을 위한 서한문은 지자체장 이름으로 발송할 수 없기 때문에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주체로 안내문 1장만 발송됐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시의 해명과는 달리 일선에서는 통장을 동원한 강제모금이 여전히 이뤄지고 있다. 성금은 시가 목표액을 정해 각 구청별로 배정하면 구청은 동별로, 동은 각 통별로 일정 액수를 할당한다.

흥덕구의 A 통장은 “주민센터에서 통별로 모금액을 배정하는데 세대 수에 따라 20만~70만원 정도이며 아파트 등 세대가 많은 곳은 100만원에 달할 정도”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맡고 있는 통에는 20만원이 할당됐는데 저소득층이 많아 도저히 돈을 거둘 수가 없어 통장 수당으로 성금을 대신 냈다”며 “도움을 줘야 할 불우이웃에게 되레 손을 벌리도록 하는 게 정상적인 행정이고 사회냐”고 지적했다.

성금 강요를 받는 주민들도 불쾌해 하기는 마찬가지다. B 아파트에 사는 주민 C 씨(42)는 “작년에는 1만원을 냈는데 올해는 평소 얼굴도 모르는 통장이 찾아 와 성금을 모금해 주지 않았다”며 “통장이 집집마다 돌며 성금을 걷는 것이 무슨 소용이냐.

행정력을 바탕으로 한 모금은 성금의 본래 취지를 무색케 할 뿐”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나은 일부 아파트의 경우 관리사무소에서 할당액을 공공기금으로 대신 내 주민들은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내는 지 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 않은 일부 아파트와 단독주택 밀집지역의 경우 여전히 통장들이 할당된 목표액을 채우기 위해 일일이 방문해 성금을 걷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청주시 등 관련기관에서는 모금액 자체를 밝히기를 꺼리고 있다. 매년 논란 속에 되풀이 되는 모금액 할당에 대해 스스로 떳떳치 못함을 자인하는 꼴이다. 다만 상당구 관계자는 공무원노조에서 모금액 할당을 지적하는 공문이 내려와 지난해보다 모금액에 대한 강제성이 줄었다고 답했으며 흥덕구 관계자는 시청에 확인하라고 답변을 피했다.

박한샘 기자 p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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