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향만리 - 대전 동구 평생학습원 연극반 지도 이충무 건양대 교수]
평범한 삶 어루만지는 극 연출
첫작품 '경폰상' 세계무대 주목
어르신들 인생2막 꿈 다듬어줘
"함께 울고 웃으며 희망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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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무 건양대 디지털콘텐츠학과 교수(54·사진)는 가까이 사람을 보고, 멀리 인생을 논하는 ‘이야기꾼’이다. 그의 연극을 찾은 이들이 한참을 깔깔대다 뒤돌아 눈물짓는 건 그의 이야기 속에 ‘평범한 우리네 삶’을 어루만지는 구석이 있기 때문일 테다.

2002년 어느 날 연극 연출가 이충무 씨는 신문 구석의 짧은 기사 하나를 읽었다. 한 젊은이가 폰팅값을 아끼려고 경로당에 들어가 몰래 전화를 쓰다 들켰다는 내용이었다.

“그 사람이 짠하게 느껴졌어요. 얼마나 소통할 사람이 없었으면 그랬을까요. 경로당을 찾는 노인분들의 외로움도 결국 같은 맥락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노인도, 젊은이도 모두 외롭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나이를 초월해 친구가 될 수 있을 거란 희망으로 작품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의 첫 작품 ‘경로당 폰팅사건’이 탄생했다. 연극을 보는 내내 배꼽을 잡고 웃던 젊은 관객이 끝내 눈시울이 붉어져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전화하겠다”던 어느 날 그의 가슴은 더없이 벅차올랐다.

지난 11월 18일 중구 대흥동의 소극장에 특별한 ‘경로당 폰팅 사건’ 무대가 올랐다. 무대의 주인공은 동구 평생학습원의 연극반에서 인생 2막의 꿈을 틔운 어르신 단원들. 어르신들의 연기를 지도하고 무대를 감독하면서 이 교수는 ‘연극의 힘’을 다시한번 확인했다.

“노인분들은 주변으로부터 소외당하는 경우가 많아요. 백화점에 가도 무시당하기 일수고, 존재감이 점점 없어지는 거죠.” 그는 ‘연극엔 진정한 나와 마주하게 하는 힘이 있다’고 믿는다. 처음엔 다른 사람의 이야기로 접근했지만 어느 순간 스스로 마음의 문을 열게 하는 ‘치료의 힘’ 말이다. 자신과 똑 닮아있는 캐릭터를 연기하며 어르신 단원들도 점점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수다스러워졌다.

이충무 교수의 첫 극작인 ‘경로당 폰팅 사건’은 2004년 초연 후 10년 가까이 전국의 연극 무대에 올려졌고, 2011년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 국내 초청작으로 선정되면서 대전 연극계의 자부심이 됐다. '경로당폰팅사건', '아빠는 새가 아니다', '백설공주를 돌려줘', ‘바그다드 여인숙’ 등 그의 작품이 올해 같은 기간 전국 연극 무대에 동시에 공연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를 가장 빛나게 하는 건 화려한 이력이 아닌 그의 ‘사람 냄새’다. 이주 결혼 여성들을 모아 극단을 만들고, 그들의 이야기로 ‘8인의 신부’를 무대에 올렸을 때도 그는 작가 이전에 평범한 이웃으로 그들과 친구가 됐다. 함께 울고 웃으며 올린 연극 무대에서 삶의 기쁨과 희망을 찾는다는 이 교수.

“외로워 보니 그제야 외로운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그 외로움에 감사합니다.” 내 외로움만큼이나 그와 나눈 시간은 참 따뜻했다.

최예린 기자 floy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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