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향만리 - 대전 은이미용실 김화심 원장]
37년동안 미용봉사 이어와
어르신들 칭찬에 취해 계속
분위기 돋우려 창 배우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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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이웃의 머리 언저리에서 37년 동안 가위가 ‘나눔’의 춤을 췄다.머리카락처럼 자라는 우리네 이웃들의 깊은 시름은 가위질 한 번, 한 번으로 뭉텅 잘려나갔을 터다.

대전 서구 도마동의 은이미용실 김화심 원장(55·사진)은 앳된 18살무렵부터 충청권뿐만 아니라 서울, 전남 등지에서 미용봉사를 해 왔다.

봉사를 위한 시설방문 때마다 챙기는 떡·빵 등 음식과 매년 기부 등 ‘금전적인 부분’은 덤이다. 김 원장은 현재 입암리·농소리 등 계룡시 일대의 노인보호시설 등에 봉사활동을 치중하고 있다.

시작은 ‘소록도 나환자촌’. 계기는 인정받고 싶은 욕구였다. 자신의 미용실력을 선 보이고 싶었던 풋풋한 치기였다. 이 사람 저 사람의 머리를 무료로 깎아주던 김 원장은 금세 만족감을 얻으며 ‘봉사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어르신들이 ‘잘 하네, 잘 하네’ 말씀들 하시면서 귀엽게 봐주시는데, 그 것에 취해서 계속 봉사활동을 하게 된 것 같아요.”

따로 재료가 필요치 않고, 김 원장 본인과 가위만 있으면 되는, 단출하지만 뜻 깊은 봉사였다. 20살 무렵부터는 지금은 없어진 서울의 성노고아원에서도 김 원장의 가위가 빛을 뿜었다. 30대부터는 대전, 충북 등 지역에서 주로 활동 해 지금으로 이어지고 있다.

오랜 봉사활동이 놀랍다는 기자의 말에 김 원장은 “제가 가난한 실정을 잘 아는 세대 아니겠어요. 사탕하나 주면 고마워한 걸 겪어봤으니까 그런 것 아닌가 싶어요”라며 겸연쩍게 웃었다.

김 원장의 봉사는 미용에만 그치지 않았다. 서른 살 무렵, 김 원장은 ‘미용봉사 외에도 어르신들을 기쁘게 해드릴 방법이 있지 않을까’라는 고민 끝에 ‘창’을 배우기 시작했다.

김 원장은 “머리 깎아드리고 음식 조금 드리고 나면 너무 밋밋하게 느껴져서 박수 칠 수 있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좋은 목적’ 때문인지 김 원장의 실력은 일취월장 해 한국국악협회 주관 대회에서 장원을 차지하기도 했다.

4년 전부터는 미용실 단골 ‘언니’들과 ‘난타’공연에도 나서고 있다. 미용실 운영하랴, 봉사활동하랴, 창과 공연 연습하랴 ‘바지런하게’ 하루를 넘기는 김 원장이다.

김 원장은 “마음 같아서는 봉사활동만 하고 싶어요. 내년부터는 일일 미용사를 두고서라도 봉사활동을 확대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김영준 기자 kyj85@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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