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향만리 - 대전예당 피아노 전속책임조율사 박성관 씨]
열정 가득한 45년차 베테랑
연구매진…국내 첫 美 자격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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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는 소리만 들어도 어디가 아픈지 알겠지만 사람의 마음을 읽기는 참 어렵네요."

한국 최초로 미국조율자격증을 취득한 45년차 피아노 조율사인 박성관 대전문화예술의전당 전속책임조율사(64·사진)의 말이다.

박 조율사는 "피아노 조율은 '청력'이 아닌 '기억'으로 하는 작업이다. 음정을 바로 잡아주는 '조율'을 하면 도레미파솔 소리가 나긴 하는데 건반 감각이 끈적거릴 때가 있다.

그러면 터치를 잡아주는 '조정' 작업을 해줘야 한다"며 "음색을 아름답게 만져주는 것이 정음, 즉 보이싱 작업인데 통틀어 흔히 '조율'이라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박 조율사가 피아노 조율과 인연을 맺은 것은 그의 나이 19세인 196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내 개인소득이 200달러도 안되는 보릿고개 시절, 박 씨의 집도 예외는 아니었다. 1남2녀 중 장남이자 한 가정의 가장이었던 그의 예능적 혼은 남달랐다.

시대를 잘못 타고난 불운으로 중학교때 까지 만지작 거렸던 관악기 트롬본을 뒤로하고 생계유지를 위해 상경길에 오르게 된다.

살기 위한 서울행을 선택했지만 본능적으로 숨쉬고 있는 음악에 대한 열정은 1969년 1월 삼익악기에 입사하면서 새로운 출발을 알린다.

어깨넘어 배운 피아노 조율은 그의 평생 직업이 됐고, 친구의 권유로 작은 매장을 가진 피아노 조율사의 삶을 시작하게 된다. 지금까지 그의 손을 거쳐 간 피아노 수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취침 및 식사시간을 제외하고 그의 피아노 조율 연구는 계속됐다.

그는 "철은 여름에 늘어나고 겨울엔 수축하는 습성을 지녀 온도에 따라 음정이 변하기 때문에 피아노 역시 온도에 민감하다. 그래서 겨울에 옮긴 피아노는 조율시간도 오래 걸린다"며 “6개월~1년마다 정기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박 조율사는 2003년 지인의 추천으로 대전문화예술의전당의 전속책임조율사로 거취를 옮겼다. 대전예당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오스트리아, 독일, 스페인 피아노 공장을 견학하고 미국과 프랑스에서 조율학을 공부했다.

그의 피아노에 대한 열정은 이순(耳順)을 넘긴 나이에 젊은이들도 어려운 미국조율자격증을 한국인 최초로 취득하게 된다. 박 조율사는 "뛰어난 실력이 있어서 자격을 취득한 게 아니라, 조율에 관한 열정에 높은 점수를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앞으로 2년 후면 대전예당에서 은퇴하게 되는 그는 "45년간 피아노 의사로 살아오면서 가족에게 많이 소홀했다"며 "피아노라는 악기는 사랑하는 내 형제고 가족이었지만, 이제는 유일한 혈육인 아들을 장가보내고, 남은 여생을 보내다 오래 전 사별한 아내 옆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수줍게 웃음지었다.

최정우 기자 wooloosa@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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