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로]

▲ ※영화 ‘관상’의 이미지로 기사와 관계없음
▶그녀가 술상을 차린다. 잔뜩 찌푸린 양미간과 꽉 다문 입술이 고집불통이다. 눈꼬리가 치켜 올라가 박복해보이고, 코끝이 뭉툭해 광대뼈가 도드라져 보인다. 뺨이 움푹 들어간 게 궁기(窮氣)마저 흐른다. 가슴이 풍만하고 둔부가 봉긋 솟아 뫼산 자(山)를 그리니 남자깨나 울렸겠다.

본디 어느 한 귀퉁이도 굻거나 넘침이 있을 수 없는 평미레의 고운 얼굴이었으나, 세상이 그녀를 그렇게 만들었다. '세상'이라는 단서 외에도 숱한 '남자'가 유죄의 흔적이다. 오사바사한 성격 탓에 수많은 남자들이 내통했다. 난봉꾼과 염량 빠른 거간꾼, 허릅숭이들이 그녀 주변을 맴돌았고, 애면글면 속만 태우며 살았다.

개다리소반에 담겨 나온 산적과 나박김치에 향수냄새가 짙다. 치맛자락을 날릴 때마다 체취는 온데간데없고 향수가 질척거린다. 취기와 치기를 구분 못할 정도로 취한 그녀가 말한다. "왜 세상엔 온통 지랄 같은 놈들만 있냐~."

▶그놈이 삼겹살을 굽는다. 마치 제살을 태우듯 잔뜩 구긴 얼굴상이 '눌은밥'이다. 측두부와 하악간 길이가 거의 같아 사각턱이 괴팍하고, 이마는 미간의 중간에서 모발선까지 거칠게 내려앉아 심란하다. 양쪽 눈썹 사이(인당)가 좁고, 입 꼬리가 올라간 것이 재복이 없어 보인다. 턱은 살짝 각진 듯 둥글게 내려오지만 코끝과 콧방울이 풍만하지 못해 천생 상거지상이다.

그런데 생겨먹은 것은 탓하지 않고 세상 탓만 하니 주변에 사람이 없다. 이타와 귀천에 밝은데 비토만 놓으니 명예욕은 있으나 사회성이 없다. 남들 발목잡기 좋아하고 셈법에 능하니 되레 제 발등을 찍는 꼴이다. 공명과 자만을 구분 못할 정도로 취한 그놈이 나지막이 말한다. "왜 세상엔 온통 비루먹을 년들만 있냐~."

▶그녀와 그놈이 삼겹살에 소주를 마신다. 둘 다 낯빛이 어둡고 입매가 단정치 못하니 요망스럽다. 협잡에 능하고 간계에 밝으니 아첨꾼에 가깝고, 새의 주둥이를 닮았으니 요설(饒舌)에 망할 관상이다. 자기주장이 강하고 주위의 간언을 듣지 않으니 독불장군이 따로 없다. 그녀와 그놈이 합창하듯 말한다. "그려, 내 팔자가 그렇지. 자기 팔자 개 못주는 법이여. 깜냥에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관상 때문에 인생이 바뀌지는 않는다. 되레 인생 때문에 관상이 바뀐다. 성형으로 얼굴을 고칠 수는 있어도, 마음까지 성형할 수는 없다. 제 얼굴의 8할은 부모가 주는 것이지만, 나머지 2할의 여백은 본인이 채우는 것이다. 제 인간성의 2할은 부모가 주는 것이지만, 나머지 8할의 심성은 자신이 가꾸는 것이다. 고로, 귀하고 멋진 초상화를 남기려면 귀하고 멋진 삶을 살아야한다. 인상쓰지 말고~.

나재필 편집부장 najepil@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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