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건옥 칼럼] 호남권 인구 추월 내적 역량 관리
지역민 새로운 자각-자긍심 중요
선거구 증설 관철 여부 첫 시험대

충청권 인구규모가 드디어 수도권, 영남권에 이어 전국 3위 시대로 진입했다. 충청권 인구가 지난 5월말 기점으로 호남권 인구를 사상 처음으로 추월한 것은 여러모로 의미심장하다. 수도권 규제, 세종시 출범 등 충청권 내외 변화요인에서 비롯된 결과다.

이미 수도권과 상대적으로 가까운 충청지역에는 타 지역보다 활발한 기업투자가 진행돼 왔다. 지난해 세종시에 국무총리실을 비롯해 6개 정부부처가 이전했고, 연말에는 2단계로 6개 부처, 3개 국책연구기관 등 5600여 명이 옮겨온다.

2030년 세종시 인구 목표가 도시기본계획 수립과정에서 80만 명(당초 구상 50만 명)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7월 세종시 출범 당시 인구(10만 900명)에 비하면 엄청난 변화상을 실감할 수 있다.

향후에도 인구유입 효과 기대 요인은 많다. 충청권에는 과학벨트 거점지구까지 수용한 대전시의 도시 잠재력, 내년 7월 100만 인구 목표의 통합청주시 출범 및 충북 내륙지역 개발, 그리고 환황해권 시대 도래 등의 대형 프로젝트가 예약돼 있다.

지난 5월 충청권 인구수(525만 136명)가 호남권을 408명 앞선 데 불과했지만, 이런 추세라면 2017년 차기 대통령 선거 때는 충청권 인구가 호남권 보다 30만 명을 웃돌 것으로 점칠 수 있다.

우리는 이 대목에서 무엇보다도 정치 지형의 변화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간 영-호남 중심의 지역패권주의 정당 구도 환경에서 생성-유지돼온 충청권의 상대적인 정치의식이 어떻게 변화-발현될 것인가, 이와 맞물린 일련의 정치화 과정이 관심의 초점이다.

영-호남의 철옹성 같은 지역주의 틈바구니에서 충청지역민들이 겪어야 했던 고충, 정치 내외적인 소외감은 사실 이만저만하게 아니었다.

지금도 그 여파는 충청권 곳곳에 똬리를 틀고 있는 중이다. 충청권이 전국 규모 선거 때마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온 이유는 이처럼 명백하다. 그 바탕에는 지역현안 해결을 우선순위로 여기는 철저한 '실리·실용주의 투표'가 어김없이 작용했다고 보는 게 옳다.

이제는 충청권 유권자 규모의 양적 확대 추세 속에서 그 영향력이 결코 수동적인 자세에 머물지 않고 보다 적극성을 띠면서 더욱 커지게 될 것으로 예감할 수 있다. 그 시점은 바로 내년 지방선거가 될 것이라는 데 별다른 이견이 없다.

내년 선거는 내 지역 살림살이 일꾼을 뽑는 선거임에도 불구하고 집권 여당에 대한 심판 성격도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벌써부터 지역현안 해결 전망에 대한 정부의 불신감이 증폭되고 있다. 도청이전특별법 개정, 세종시 특별법 개정, 통합청주시 재정지원 문제, 서해유류사고 피해 대책 부진 등이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으니 그럴만하다. 일부 여론조사 결과 충청권의 대통령 지지도 낙폭이 유달리 커진 데서도 이를 유추할 수 있다.

그런 차원에서 비춰본다면 기존 정당에 대한 충청민심의 향방도 관심거리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그리고 향후 그 모습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안철수 신당에 대한 반응이 바로 그것이다. 이도 저도 아니면 충청권 지역정당의 태동 움직임도 상정할 수 있다.

물론 그 영향력의 강도는 충청권 유권자의 정치의식과 직결돼 있다. 충청권 위상에 대한 지역민의 새로운 자각과 함께 지역에 대한 자긍심이 중요하다. 충청지역에서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시대변화를 추동하는 힘을 주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럴만한 내적 역량을 갖추는 일이 지역에서 심도 있게 다각적으로 모색돼야 할 때다.

그 첫 시험대는 충청권 선거구 증설 문제다. 충청권 국회의원 수(세종 1, 대전 6, 충남 10, 충북 8)는 25명으로 호남권의 30명(광주 8·전남 11·전북 11)에 비해 5명이나 적다는 건 누가 봐도 납득하기 힘들다. 대전에서만 적어도 국회의원 2석을 더 확보해야 표의 등가성을 실현할 수가 있다. 떼를 쓴다고 될 일이 아니다. 미리미리 치밀하게 대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취할 수가 없다는 건 그간의 경험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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