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청, 용도변경 ‘난항’
2009년 폐업후 건물소유자·예산마련 등 문제산적
전문가들 “리모델링 통해 지역문화 창출의 장 돼야”
#1. 35년 동안 대전 동구 신도극장 인근 건어물 도매상점에서 장사를 해온 김덕자(63) 씨는 헬리콥터로 보문산에서 대전 시내까지 삐라를 뿌리며 홍보를 일삼았던 신도극장의 전성기를 회상했다. 그는 "누가 인수했다는 등 소문은 무성하지만 무엇보다 극장이 문 닫으면서 장사가 안 돼 동네를 떠난 상인들도 많다"고 푸념했다.
#2. 구(舊) 신도극장 맞은편 노상주차장을 관리하고 있는 이무경(68) 씨는 주마등 스치듯 신도극장의 과거를 읊조렸다. 이 씨는 "내가 젊었을 적 주차관리를 할 때는 가족, 친구, 연인들이 극장으로 몰리는 바람에 항상 주차장은 만석이었어. 그런데 요즘은 사람이 없잖아, 저녁만 되면 너나 할 것 없이 극장가로 모이던 그 때가 좋았지"라고 회상했다.
행정구역 상 대전시 동구 중동 31-1번지에 있는 '신도극장'.
1958년 9월 19일 준공해 2009년 12월 22일 폐업에 이를 때까지 신도극장은 대전시민들에게 즐거운 추억과 감동을 선사했다.
대전시 극장·공연문화의 한 획을 그었던 극장가는 현재 ‘무단출입 시 엄중히 문책함’이라는 건물주의 경고장과 함께 자물쇠로 굳게 닫혀 있고, 오랫동안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것을 알려주듯 안내 게시판엔 뽀얀 먼지가 그득했다.
최근 지역 문화예술 전문가들이 '신도극장' 부지를 놓고 대전시 원도심활성화를 위한 활용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는 과거 신도극장이 갖고 있는 지역(공간)의 역사성을 비롯해 침체돼 있는 상권도 활성화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 문화·예술단체 전문가들은 극장의 특성을 고려해 타 지역의 성공적인 공간 활용 사례를 벤치마킹해 접목시킨다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문화·예술계의 한 관계자는 "대구의 경우 침체돼 유동인구가 없던 지하상가를 문화예술아케이트 프로젝트로 접목시켜 다양한 공연과 전시를 통해 현재는 시민들의 관광 명소로 자리잡았다"면서 “대전도 '예술·창작 대응공간화'와 같은 장기프로그램의 성격으로 재능 있는 시민과 예술가들이 함께 공간을 꾸려나갈 수 있는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대전시와 동구는 신도극장 원도심활성화 방안에 대해 다소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는 신도극장이 모 중학교 이사장 개인 소유의 건물로, 마땅한 활용 계획조차 세울 수 없는 형편에 놓여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하겸 대전 동구 문화담당은 "지자체에서도 타 지역 성공사례를 바탕으로 사전답사 후 벤치마케팅을 시도했지만 건물 소유주 문제를 비롯해 예산 부족 등의 어려움이 있어 잠정적 보류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 담당은 이어 "신도극장 건물은 오랫동안 관리가 이뤄지지 않아 음향시설 및 좌석, 건물 외부 상태 등이 부식돼 리모델링 방안보다는 철거 후 용도에 맞게 신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최정우 기자 wooloosa@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