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건옥 칼럼]
지역 대변하는 정치세력 누군가?
지방선거 계기 지역정치 환경에
어떤 변화 올 건지 주목할만하다

지역정치권에 세대교체론이 화두로 부각되고 있다. 염홍철 대전시장이 내년 지방선거 불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이를 계기로 지역정가에 '의미 있는 변화가 촉발할 것인가'에 주목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차기 시장 유력인사로 인식되고 있던 염 시장으로선 은퇴를 표명하기까지 적잖은 고뇌의 시간을 보냈을 걸로 짐작할 수 있다.

그는 엊그제 “2010년 7월 민선시장 취임 당시부터 마지막 임기로 생각했다”고 털어 놓았다. 그런 마당에 여론조사 결과 자신이 단연 선두를 달리고 있는 선거구도가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다. 선거에 출마하지 않는 사람이 선거의 '상수'로 자리 잡고 있다면 이를 바로 잡는 게 맞다. 그런 점에서 염 시장의 불출마 선언은 신선하다고 평가할만하다.

공교롭게도 염 시장과 막역한 친구인 강창희 국회의장도 이미 차기 선거 불출마 의사를 밝혀놓은 상태다. 염 시장은 "오래전에 우리 지역 정치지도자 중 한분에게도 제 결심을 표명한 바가 있다"고 했다. 바로 그 사람이 강 의장이다. 강 의장의 향후 거취와 맞물려 염시장의 행보를 주시하는 것도 결코 무리는 아니다. 1944년생인 염 시장의 은퇴 선언은 여러 정황상 '세대교체의 물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을 가능케 한다.

요즘 지역에서 세대교체론을 거론하는 그 자체는 무력감에 빠진 지역 정치력과 연관된 주제다. 지역출신 국회의원별로 정치경력을 보면 '충청권 전성시대'로 지칭할 만하다. 국회의장단에 강 의장과 박병석 국회부의장이 활동하고 있고, 6선으로는 강 의장, 이인제·이해찬 의원이 있다. 새누리당 정우택·민주당 양승조 최고위원이 있고, 3선의 이상민 의원 등이 여야에 포진해 있다.

그러나 거기에 비해 지역에 투영된 성과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충청권 현안 문제가 실타래 엉킨 듯 꼬여 있는 까닭이다. 세종시특별법, 도청이전특별법, 서해안유류피해 보상 등 어느 것 하나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몇 년째 발목이 잡혀 있는 형국이다. 이럴 때일수록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들의 역할론이 강조되는 게 사실이지만 실제로는 정반대다. 여당은 그저 립 서비스에 그친다.

세종시특별법 개정안의 경우, 국가균형발전과 수도권 과밀화 해소라는 당초 세종시 출범 취지를 살리기 위해선 재원 확충과 자치권 확대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데도 타시도 눈치보기에 바쁘다. 얼마 전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당내 세종시 특위를 구성할 것을 약속했으나 아직 가시화된 것은 없다.

도청이전특별법도 정부 반대로 원점을 맴돌고 있고, 서해안유류피해 보상 문제 또한 특위의 요란한 활동에도 불구하고 막상 이뤄진 성과는 보잘 것이 없다. '되는 게 없다'는 말이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여야를 넘어서서 지역발전에 대한 정치력을 모아야 할 터인데 그렇지가 않다. 충청권 현안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어렵사리 구성한 충청권 관-정협의회마저 제 기능을 잃은지 오래다.

오늘날 제기되는 세대교체론은 엄밀한 의미에서 보면, 어떤 정치세력을 따를 것인가라는 문제로 환치(換置)할 수 있다. 지역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이나 인물이 실종됐다는 뜻이다. 지역민들 사이엔 그런 믿음이 확산되고 있다. 선거 때만 되면 충청권 유권자들만 외롭다. 평소에는 표심을 좀체 드러내지 않는다. 그렇지만 충청권에서 이긴 대선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공식을 만들어 냈다.

우리나라 정당구도가 오랫동안 특정지역 기반으로 양당제를 유지하는 가운데서 충청권의 목소리는 한쪽으로 밀려나기 일쑤였다. 한때는 그 빈 공간을 충청권 지역정당이 파고들어 나름대로 역할을 해왔었다. 정치적으로 계속 소외되고 있다는 의식이 배가될 경우 또 다시 충청권 지역정당의 필요성이 힘을 얻게 돼 있는 구도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온 충청권이 '철저한 실용주의 투표 성향'을 보이는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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