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취재]대전복지재단 ‘장애인 실태조사’ 현장
“한달 일해 고작 30만원 생활 안돼” 취업·의료·복지 실질적 혜택 호소

▲ 이번 대전복지재단에서 조사중인 '장애인 실태조사'에서 뇌성마비 장애 3급을 안고 있는 손 모씨(가명)가 조사원과 실태조사 인터뷰를 하고 있다. 최정우 기자

#1. 대전시 중구에서 안마소를 운영하고 있는 박모(52) 씨와 심모(50) 씨는 S방송사 '세상에 이런 일이'에서 훈훈한 미담사례를 공개한 적 있는 '맹인(1급 시각장애) 잉꼬부부'다.

이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나침반이 돼 주고 있으며 평생을 살면서 손 끝으로만 느낀 인지력으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남편 박 씨는 "갑자기 아무런 예고 없이 바뀌는 세상이 두렵다. 얼마 전에는 아내와 산책을 나가다가 안내표시 없는 공사현장을 지나가다 맨홀 뚜껑이 열려 있는 곳을 인지하지 못하고 빠질 뻔 했다. 동네 주민들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 했다"며 "아직은 일상생활에 있어 장애인들이 세상을 헤쳐나가기 위한 세심한 배려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2. 행복한 다문화 가정을 꿈꾸며 이주여성과 결혼했지만 갑자기 아내가 종적을 감춰 하루아침에 금쪽같은 자녀 2명과 노모를 부양하고 있는 손모(48·뇌성마비 3급) 씨.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으며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가까운 장애인복지관을 전전하며 일자리를 찾고 있지만 '뇌성마비'라는 수식어는 그에게 큰 짐으로 다가오고 있다.

현재 장애인 야간학교에서 청소를 하며 한 달 30만원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가장으로서 가족 부양에 큰 어려움이 있다. 충청투데이는 12일 대전복지재단 관계자 및 조사원들과 대전지역 '장애인 실태조사' 현장을 동행 취재했다.

대전복지재단은 지난 4월부터 15명의 조사원을 파견해 대전지역 '장애인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실태조사는 대전시에 거주하는 장애인 7만 1000여명(지적, 자폐, 시각 등 15가지 장애 유형) 중 1079명을 유효 표본으로 선정해 장애인 및 가족의 심리·사회·경제적 부담, 복지서비스 수요 등을 조사하고 있다.

특히 설문을 통해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실제적인 삶의 경험과 느낌을 비롯해 발달장애인 부모와 소아정신과 전문의, 특수교사 등 관련 전문가와의 심층면접을 통해 구체적인 지원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해 대전복지재단의 장애인 생활만족도 실태 분석에 따르면 응답자의 76.6%가 본인의 소득 계층을 '하층'이라고 답했고, 일을 하고 있는 장애인 중 한 달 수입의 만족 여부에 대해서도 70%가 ‘불만족’하다고 응답했다. <관련기사 2면>장애인의 의료 혜택은 더욱 열악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1년 동안 병원에 가고 싶어도 못 간 장애인의 비율이 16.7%에 달하는 가운데 이 중 절반이 넘는 54.8%는 경제적 이유로 병원 치료를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전시의 장애인 복지 수준은 대부분의 항목에서 ‘우수’ 평가를 받았지만 유독 소득 및 경제활동 지원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평가를 받아 해당 분야에 대한 점검과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복지관련 전문가들은 장애인들이 인지력과 자기주장능력이 부족해 성폭행 등 각종 범죄의 피해자가 되는 일이 빈번하고, 보호자 부재 시 스스로를 보호하고 방어할 능력이 현저히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국가와 사회의 배려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데 입을 모은다.

이와 관련, 복지계 관계자는 “이번 연구가 광역·시·도 단위에서는 전국 최초로 이뤄지고 장애인 삶의 모습과 복지욕구를 구체적이고 광범위하게 파악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지만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 이후 실효성에는 여전히 의구심이 남는다”면서 “보여주기 식 제도개선 보다 장애인의 건강한 성장과 사회참여, 가족부담 경감을 위한 생애주기별·욕구단계별 지원정책을 수립하는데 실질적인 방향성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정우 기자 wooloosa@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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