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포럼] 변평섭 세종특별자치시 정무부시장

트위터를 통해 더욱 유명한 작가 이외수 씨가 지난 2월 모 여인에 의해 혼외(婚外) 아들에 대한 친자확인 및 양육비 청구사건이 법원에 제소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대중의 존경을 받던 작가가 혼외 아들을 가졌다는 사실만으로도 놀라운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그 아들이 어떻게 20대 청년이 될 때까지 베일에 가려져 있었을까? 호사가들에 의해 사건이 확대 재생산되는 게 현실이다.

요즘은 중앙언론사 회장을 지낸 조 모 씨를 상대로 민주당 대변인을 지냈던 차모 씨가 친자확인 소송을 제기해 언론에 화제가 되고 있다. 이들은 유부남 유부녀이면서도 은밀한 교제를 해오다 아내와 남편을 떨쳐내고 동거를 시작했으며 차 씨는 그렇게 해서 생긴 아들을 하와이에서 출산했다는 것. 그러나 조 전회장이 일본 여성과 결혼을 하고 생활비와 양육비마저 끊어버리자 ‘친자확인'의 극단적 처방을 내렸다는 것이 대체적인 보도 내용이다. 물론 '친자확인' 소송과 함께 차 씨는 2004년부터 주지 않은 양육비 3억원 중 1억원과 위자료 1억원을 청구했는데 친자로 확인되면 그 아들은 재산상속의 권리도 갖게 된다.

실제로 지난달 북한 주민이 우리 변호사를 선임해 친자확인소송에서 승소함으로써 통일 후 북한의 자녀들도 서울에 살고 있는 아버지의 재산을 일정분 상속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원고(북한에 남아 있는 아들)가 모발과 손톱을 채취하는 장면 및 소송위임장 작성 장면이 모두 동영상으로 촬영됐고 북한의 공민증과 대조할 때 의심할만한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친자확인 소송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다. 프랑스의 법무장관으로 독신에다 미모가 뛰어나 시선을 끌었던 라시다 다티는 장관 재임 중 아기의 아버지를 밝히지 않은 채 딸을 낳았다. 그러다 그녀는 한참 후 아이의 아버지가 호텔 재벌 회장임을 밝혔는데도 남자 측에서 내 아이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바람에 친자확인 소송에까지 들어갔다. 이것이 오늘 우리의 세태다.

대법원 집계에 의하면 친자확인 소송이 해마다 급증하고 있는데 2007년 2734건이던 게 2011년에는 5050건으로 껑충 뛰었다. 이처럼 친자확인 소송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DNA 감식의 과학적 발달이 크게 기여하기 때문이지만 무엇보다 남녀의 불륜, 부정(不貞)이 만연한데서 원인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러다보니 멀쩡한 젊은 부부들 사이에서까지 자신들이 낳은 아이의 DNA 감식을 의뢰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만큼 부부사이에서도 불신이 팽배해지는 세상이 되어 버린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프랑스 전 법무장관 다티가 아기 아버지로 지목한 재벌가에게 친자확인 소송을 제기했을 때 그 재벌 회장이 '그 여자가 낳은 아기는 그녀가 상대한 남자들 가운데 한 아이일 것이다.'고 응수한 것이 이와 같은 혼탁한 성(性)문화를 잘 표현한 것이리라.

1932년에 발표된 김동인(金東仁)의 소설 '발가락이 닮았다'가 당시 사회에 큰 화제가 되었었다. 아내를 의심한 남자가 훗날 아이의 발가락 - 증조부 때부터 내려 온 자기들 집안 남자들의 가운데 발가락이 가장 긴 특징이 닮았다는 데서 위안을 찾는 내용이 매우 휴머니티하게 다룬 소설이다.

그런데 이제는 발가락이 아니라 살벌하게 DNA 검사를 통해 친자확인을 하는 세상이 되었으니 참으로 개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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