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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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은 사기를 먹고 산다. 사기가 충만한 군대는 일당백으로 싸워도 이긴다. 최고의 섹스심벌 마릴린 먼로는 6·25전쟁 때 한국까지 날아와 자국 병사들을 위문하고 돌아갔다. 우리 연예인들도 베트남전쟁 때 한국군의 사기를 하늘 끝까지 올리고 왔다. 어느 여가수는 속옷까지 벗어주었다고 한다.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가 재미없다고 하지만, 축구에서 이기면 외박을 나갈 수 있고, 지면 머리를 박는다. 그러니 군대서 축구한 얘기는 무용담이 아니라, 실전담이다.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많은 애인들이 고무신을 거꾸로 신고 희희낙락한다. 사기를 꺾는데 이보다 더한 증폭장치는 없다. 아, 버스도 지나가면 다시 오건만….

▶태국처럼 제비뽑기로 입영하지 않는 이상 항상 춥고 배고픈 곳이 군대다. 아무리 군대리아(군 햄버거)와 바나나라떼를 준다한들 어디 집보다 나으랴. 그래도 변기통 앞에 숨어들어 '변'변찮게 라면을 우겨넣던 그 짜르르한 야밤의 식사는 눈물보다 달았다. '백골이 진토 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충성심에 불타는 청춘들이야말로 진짜 사나이다. 그러나 국회의원 300명 중 47명이 군대를 안 갔다. 입만 뻥끗하면 안보, 애국을 외치면서 정작 본인들은 '뺑이'를 까보지도 않은 것이다. '뺑이'를 까보지 않았으니 고통도 모르고, 인내도 모른다. 한마디로 나약한 것이다. 그래서 국회는 '입'으로 싸운다.

▶국회 싸움은 국민들에게 전염된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고소·고발을 당한 사람이 67만명에 달한다. 인구 100명 중 1명 이상으로, 일본의 0.005%보다 260배나 많다. 이 가운데 50만명 정도가 사기와 위증·무고 등 '거짓말 범죄'로 입건됐다. 특히 죄 없는 사람을 죄 있다고 고소하는 무고죄는 27%나 급증했다. 지금 국회는 NLL(서해 북방한계선)과 국정원 국정조사특위에 목숨을 걸었다. 급기야 야당은 보따리를 싸서 거리에 나앉았고, 여당은 '다 까도 손해 볼 게 없다'며 민심 밖으로 나앉았다. 국민들은 먹고 사는 게 걱정이지, NLL과 국정원이 그리 궁금하지 않다. 싸우더라도 집구석에서 싸우고, 돈이 안되더라도 민생을 가지고 싸우라.

▶벌은 1억 5000만년 동안 식물의 수정(受精)을 도왔다. 벌의 도움을 받는 식물(과일·채소 포함)이 전체의 25%를 넘는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벌들이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고 있다. 일종의 '집단 가출'이다. 벌들이 사라지는 까닭은 분명치 않지만 전자파 때문에 방향감각을 잃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가출은 '몸'이 나가는 게 아니라 '혼'이 나가는 것이다. '배달부'인 벌이 꽃가루를 옮기지 않으면 과일이 열리지 않듯 '민생의 배달부'인 국회가 민심을 제대로 전파하지 않으면 죽도 밥도 안 된다. 뻑 하면 가출하는 집구석치고 잘 돌아가는 집 없다. 국회엔 정녕 진짜 사나이가 없는 것인가.

나재필 편집부장 najepil@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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