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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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1번지, 경제(증권)1번지로 불리는 여의도(汝矣島)는 조선시대 때 나의주(羅衣洲), 잉화도(仍火島·양화도)로 불렸다. 현재 국회의사당 자리인 양말산이 홍수에 잠길 때 머리를 살짝 내밀고 있다하여 '나의 섬', '너의 섬'하고 말장난처럼 불렀던 게 지명의 유래다. 여(汝)는 '너'를 뜻하고 의(矣)는 '네 것'이란 뜻이다. 또 당시엔 온통 모래땅뿐이어서 '너나 가지라'고 천대받던 황무지이기도 했다. 1916년 간이(군용)비행장이 만들어져 광복 후까지 사용되다 1960년 섬을 밀고 육지를 만들었다. 여의도 건너편 밤섬(율도)엔 60년대 중반까지 약초재배, 고기잡이 하는 '사람'들이 살았지만 지금은 '새'들만 산다.

▶섬에서 육지가 된 여의도지만 아직도 이곳은 '섬'이다. 국회라는 별난 종족들이 원주민들을 몰아내고 기세등등하게 서식하고 있다. 이들은 삐딱하고 시니컬하고 상처를 주는 비열한 살리에르 군상들이다. 찬란하지만 광기 가득한 욕의 동네, 한 벌의 고급양장처럼 똑바른 박음질로 시작하지만 결국은 싫증을 내고 마는 알다가도 모를 허세 집합소다. 정치꾼과 돈놀이꾼들은 부끄러움도 모른 채 인디오를 몰아낸 개척자처럼 위세를 떤다. 그래서 이젠 강바람이 낯설고 사람이 낯설다. 새가 짖지 않는 대신 사람이 짖고, 불온한 이념이 울부짖는 공간이 돼버렸다. 오리무중이다.

▶여의도광장은 한때 토론장이자 집회 장소였다. 다운타운에도 미드타운, 업타운에도 끼지 못한 사람들이 광장에 모여들어 2500년전 아고라(Agora)처럼 민주주의를 얘기하고 축제를 벌였다. 파리의 콩코르드, 로마의 콜로나, 런던의 트라팔카, 뮌헨의 마리엔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하지만 이제 그 고매했던 토론은 없고 모리배들이 두꺼운 난장을 치고 있다. 이들은 예나지금이나 항상 징징거린다. 특별하다는 오만과 지저분한 본능이 쉬지 않고 폭발해 야만성마저 띤다. 그러니 허구한 날 막말이다. 법을 만드는 사람들이 무법의 세치 혀만 놀리고 있다.

▶여의도는 벚꽃(사쿠라·櫻花)으로도 유명하다. 사쿠라는 노점상과 짜고 물건을 팔아주기 위한 앞잡이라는 뜻이 있다. 낮에는 야당 행세를 하지만, 밤에는 여당 노릇을 하는 정치인을 지칭하기도 한다. 여의도 정치꾼들은 반대를 위한 반대만 했지, 아름다운 결탁을 해 본적이 없다. 어느 쪽을 막론하고 더 세게, 더 강하게 욕만 하려든다. 세상을 굴러가게 만드는 게 아니라, 머리 굴리는 소리만 들린다. 지방의 대소사(大小事)들이 지금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가. 의기투합해도 시원찮을 판에 벌써부터 다음 선거를 노리고 말장난만 하고 있다. “옜다, 너나 가져라.”

나재필 편집부장 najepil@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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