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홍순철 충북본사 취재1부장

시장·군수 등 기초단체장과 시·군의원 등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 문제가 내년 지방선거의 최대 관심사로 떠 올랐다. 여야가 여론을 의식해 경쟁이라도 하듯 폐지를 기정사실화하며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여야가 기초선거 후보공천을 하지 않을 경우 선거판도 자체가 크게 바뀔 가능성도 높다.

정당공천제는 중앙정치에 지방정치가 예속돼 지방자치의 기본정신을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공천과정에서 발생하는 공정성 시비와 부패문제 등으로 국민여론의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 폐지의 배경이다.

또 한국 정치의 고질적 병폐인 지역주의와 정당공천제가 결합해 싹쓸이 투표현상까지 나타났고 그 결과 풀뿌리 민주주의는 현장에서 실종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정당공천제 폐지에 따른 부작용을 개선하기 위한 대안으로 △지역구 선출 여성의원과는 별도로 지방의회 정원의 20%를 여성으로 선출하는 '여성명부제' △기초선거 후보자가 당적을 포함해 지지정당을 표방할 수 있는 '정당표방제' △기호 무작위 추첨제 등의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여성명부제'는 기존의 비례대표에서 여성 후보를 따로 뽑았는데 정당공천제를 폐지하는 대신 기초의원 정원의 20%를 여성명부를 통해서 뽑는 제도다. 또 정당공천 금지 후 위헌 소지를 없애기 위한 방안으로 기초선거 후보자가 당적을 포함해 지지정당을 표방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정당표방제'다.

최근 충북지역에서도 정당공천제 폐지와 관련한 정치적 사건(?)들이 발생했다. 지난 주 충북의 정상혁 보은군수가 전격 탈당한 것. 탈당 명분은 '정당공천제 폐지'였다. 정 군수는 "여야가 지난 대선에서 공약으로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내걸었지만 선거가 끝난 지금까지 아무것도 바뀐 것이 없다"며 "정당공천제 폐지와 관련해 한알의 밀알이 된다는 심정으로 탈당을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청주시의회 윤송현 의원도 지난 5월 탈당했다. 그 역시 "정당공천은 무의미하다"며 "차라리 무소속으로 지역민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훨씬 보람있는 일"이라고 탈당의 변을 밝힌 바 있다. 지난 1월 탈당한 김동성 단양군수도 정당공천제 폐해를 들었다. 김 군수는 "이제 지역을 위해 젊은 사람들이 뛰어야 한다"며 "다시 선거에 출마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불출마까지 선언했다. 이같이 충북에서도 정당공천제 폐지를 명분으로 기초단체장, 기초의원의 탈당이 이어지고있다.

그러나 정치권의 분위기는 여전히 만만치 않다. 민주당은 지난 8일 의원총회를 열고 기초선거의 정당공천제도 폐지 여부에 대한 당론채택 절차에 나섰지만 찬반 의견이 맞서 결국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오제세 의원 등 민주당 쇄신의원 모임 10여명은 지난 8~9일 충북 괴산과 보은 속리산에서 회동하고 정당공천제 폐지에 대한 의견을 논의했지만 당 지도부와 달리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는 "가뜩이나 민주당의 조직 기반이 약한 데 공천제를 폐지하면 사회적 지위나 재력이 있는 지역 토호를 과연 민주당 성향의 후보들이 이길 수 있겠느냐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고 전했다

폐지전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정당공천제가 폐지될 경우 후보들의 난립은 불가피하다. 물론 정당표방제가 도입되면 후보들의 성향이 드러나겠지만 기존 여야 후보에 무소속 등 3~4명이 치르던 선거에서 선거구마다 많게는 10여명의 후보난립이 예상된다. 또 하나 정치신인들의 정계진입이 어렵고 기존의 현직단체장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선거구도가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정당공천제 폐지를 둘러싼 논란이 많지만 폐지는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예상되는 문제점들에 대한 대안마련이 이제 과제로 남았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