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보고 느껴야 참교육"

'실험실 개구리'에 익숙한 학생이 풀 숲에 뛰노는 청개구리를 상상하기엔 한계가 있다.

교과서에 조목조목 설명을 곁들여도 정작 학생들은 미동조차 없는 그림에 두터운 질감만 느낄뿐이다.

그래서 교사들은 최고의 수업으로 만지고 보고 느낄 수 있는 오감(五感)을 활용한 수업을 꼽는다.

글자와 어려운 도형으로 채워진 '교과서 세상'은 가끔 절름발이 지식으로, 사고(思考)의 폭을 교실 안에 가둬놓기 때문이다.

논산 부창초 임행영(48) 교사는 실험보다 체험을, 교실안 수업보다 학생들과 함께 일일이 다리품을 팔며 산과 들을 돌아다닌다.

학기 중에는 수업 후 인근 지역을 탐방하고 방학이나 주말에는 하루를 통채로 빌려 체험학습을 실시한다.

깔끔하게 정리된 식물도감이 수업에는 편하지만 맑은 공기와 풋내 진한 땅내음을 놓친다는 것이 교직 생활 27년된 임 교사의 생각이다.

"요즘 학교에서 특기 적성교육이나 상설반 운영을 하려고 해도 대부분 학생들이 방과 후 학원으로 직행하는 경우가 많아 운영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학생들에게 가장 좋은 학습 방법이 체험학습인만큼 게을리 할 수 없죠." 수 백번 교실에서 듣는 것보다 산을 찾아 열매가 열리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고 처마 밑에 매달린 고드름을 손에 쥐어 녹여보는 현장체험이 오랜 생명력을 갖는다.

그래서 임 교사의 산들기행은 자연체험과 선진 과학지를 답사하는 과학체험, 모형 공작 등 특별 프로그램, 과학경진반 등 다양하다. 소요 경비라야 버스비가 고작이다.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곳이 많다보니 예정에 없던 곳을 많이 들립니다. 추가 비용은 인솔 교사들이 함께 부담하죠. 과학관이라든가 선진지 등을 답사하면서 학생들에게는 새로운 눈을 뜨게 하고 저도 덩달아 배우게 되죠."

임 교사의 고향은 부여. 농사꾼 집안에 2남 4녀 대식구 중 장남이다.

땔감용 지게 한짐은 하루 일과였고 논밭 일구는 집안일도 그의 몫이었다. 그래도 풀피리 불며 소록소록 쌓았던 꿈은 비행기 조종사.

집안 사정상 꿈은 접었지만 지금은 학생들을 통해 대리만족을 하고 있다고 한다.임 교사는 지난 75년 서산 동암초에서 교직생활의 첫 발을 내디뎠다.

전기 대신 호롱불을 쓰던 벽지 중 벽지였고 마을에 있는 전화기도 학교에 있는 것이 전부였다."학습 자료는 교과서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어요. 고육지책으로 이것 저것을 찾아 다녔는 데 지금 생각해 보면 체험학습도 그 때 영향을 받은것 같아요."

임 교사의 체험학습은 이 후 부임한 부여 외산초(77년), 부여 소사초(80년), 강경 산양초(84년), 논산 은진초(86년), 논산 연무초(90년), 논산 동성초(94년) 등 도내 학교에서 다듬어졌다.

지난 98년 부임한 태안군 안흥초 신진도 분교는 전 교생 27명이 전부였지만 임 교사의 지도에 힘입어 각종 청소년 경진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1, 2학년 4명을 제외한 23명 전 학생을 자비를 들여 한국우주정보소년단에 가입시켰죠. 방과 후 학생들과 함께 여러 가지 과학 실험 및 현장 탐구 체험학습을 가졌습니다."

임 교사의 체험탐구 학습은 태안군 근무 후 부임한 논산 부창초에서 결실을 맺는다.3년여 동안 태안군 안면읍 산림전시관 주변 야산과 천리포 수목원 등을 현장 체험을 실시해 현재 식물도감이 사실과 다르게 게재됐다는 것을 확인했다.

"안면도에 자생하는 먹넌출과 청사조란 식물에 관한 연구였습니다. 오랜 기간 동안 학생들과 연구하다 보니 꽃이 피는 시기와 열매가 맺히는 시기 등을 설명해 놓은 식물도감이 틀렸다는 사실을 알아냈죠."

식물도감을 전면 수정할 만한 성과였지만 초등교사에게 학계의 벽은 너무 높았다.

임 교사는 최근 1년생 식물로 알려진 분꽃 연구에 한창이다.

국내 학설에 정반대되는 것으로, 분꽃은 상황에 따라 다년생이 가능하며 월동한다는 것을 얼마 전 확인했다.

"이곳 저곳 돌아다니다 보니 보게 되는 것이 많습니다. 이는 학생들에게도 좋은 경험이 되죠. 뜨거운 여름 햇살은 푸르름을 품고 있어요. 살을 에는 겨울바람은 '얼고 녹는' 대자연의 법칙이 숨어 있죠. 재미있지 않아요?"어릴 적 비행기에 실었던 임 교사의 꿈이 아이들과 함께 힘차게 비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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