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박신용 문화과학부장

얼마 전 지역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CEO 몇 분과 차 한 잔 나눌 기회가 있었다.

불쑥 지역 인재 채용을 문제로 꺼냈다. 대학을 출입처로 둔 터라 대학 관계자들의 말을 빌어 "여러분이 지역 청년실업 해소에 적극 나서야 한다. 지역 기업들이 지역 대학 출신자를 우선 채용해야 하지 않겠냐"며 열변을 토했다. 하지만 이내 나의 주장이 현실을 모르는 무지의 소치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역에 연고를 둔 지방대 출신자들을 뽑고 싶어도 오질 않는다. 입사해도 몇 달 못 버티고 퇴사한다.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가르쳐 놓으면 그만두고 돈 더주는 데로 간다"는 등 직원 채용에 어려움을 토로하는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대학들은 학생들의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동문 기업까지 쫓아다니며 채용을 읍소하고 있는 데 지역 기업들은 인력난에 허덕이고 있는 것이다.

일자리 미스매치가 심각하다.

사회 문제로 떠오른 일자리 미스매치는 누구 탓일까. 대졸 구직자들의 욕심일까, 중소기업 구인자들의 한계일까. 대전지역만 해도 청년실업률이 일반 실업률(3.3%)의 두 배가 넘는 7.7%에 달하고 있다. 통상 청년구직자의 70% 이상을 대졸자로 보고 있다.

대졸자 취업시장의 미스매치는 크게 3가지 이유로 압축할 수 있다. 우선 구직자와 기업체의 근로조건에 대한 눈높이가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이른바 보상의 미스매치이다. 대졸자들은 대학교육과 생활을 위해 드린 물적, 시간적 보상을 기대하며 눈높이가 높다. 안타깝게도 대졸 이상 고학력자에 걸맞는 고급 일자리는 충분치 않다. 대기업 임금은 오르고, 복지 혜택도 향상되는 반면 중소기업은 경영난에 시달리며 대기업과의 임금 격차가 갈수록 커진다. 그래서 대졸자들은 대기업 정규직을 원한다. 하지만 대기업은 경제상황에 따라 매년 채용규모를 달리하며, 여전히 구직자들에게 까다로운 스펙을 요구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지방대 출신이 비집고 들어가기엔 쉽지 않다.

또 다른 이유는 필요·충분조건의 미스매치이다.

구직자들은 대기업에 비해 낮은 임금과 불확실한 회사 비전 등의 선입견을 갖고 있어 충분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기술과 능력을 구직자들이 갖추지 못해 대졸 직원을 채용한다 해도 현업에 바로 투입할 수 없는 필요조건 불충족을 꼽는다.

마지막으로 정보의 미스매치이다. 구직자는 지원 회사의 급여, 복리후생 등 표면적인 채용정보 뿐 아니라 성장성이나 비전 등을 상세히 알고 싶어 하지만 이런 정보를 손쉽게 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기업에서는 임금 인상, 사원 복지 향상 등에 대해 나름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실천을 담보할 수 없고, 대기업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는 거의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성장성 등은 회사 기밀인 만큼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는 실정이다.

자리를 함께 했던 한 CEO는 "짧은 기간 다양한 업무를 접할 수 있는데다 진급도 빠르고, 정년까지 보장되는 등 중소기업이 갖고 있는 장점도 많다"면서 언론이 일자리 매칭에 나서달라고 주문했다.

이 말은 대학과 연계, 지역의 우수 인재들이 작지만 알찬 지역 중소기업으로 취업할 수 있도록 유도해 일자리와 성장을 견인하는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싶다.

중소기업은 보다 나은 근무여건을 만들어 가도록 권장하고, 구인자는 눈높이를 낮춰 적성과 진로에 맞는 지역의 중소기업을 찾도록 돕는 추진력 강한 제3의 기관이 필요하다고 본다. 행정기관의 적극적인 지원과 대학의 눈높이 교육은 절대적인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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