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 급감 … 업무처리 삐걱

가톨릭 신자들은 늘어나고 있는 반면 여사제들의 수가 줄면서 가톨릭교계의 업무 처리가 원활치 않다는 지적이다.

11일 한국천주교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의 '수녀회 수련자(본격적인 훈련 단계) 수' 자료에 따르면 지난 1990년대 전국 800명대에 달하던 수녀 지원자 수는 2005년 400명대로 줄어들더니 2010년에는 300명대, 지난해는 210명까지 줄어들며 20년 만에 4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이처럼 신규 지원자가 급감하면서 수녀 숫자 또한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1993년 천주교인은 306만명에서 지난해 536만명으로 230만명 늘어났지만 수녀는 2009년 1만 999명을 기록한 이후 지난해 1만 23명으로 3년새 8.87%로 감소했다.

이는 갈수록 심해지는 출산율 저하에 따라 자녀 출가에 대한 부모의 반대가 심화되고 있는 것을 비롯해 독신 여성들이 사회 각계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의 폭이 넓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성덕 배재대 복지신학과 교수는 "개방적인 사회가 될수록 수도자를 지원하는 사람을 찾기 힘들어지는 경향"이라며 "여성의 소비력이 높아지고 자아실현의 통로도 다양해진 한국 사회에서 젊은 여성이 자신의 능력에 뒤따르는 부나 명예의 즐거움을 포기하고 수도자의 삶을 택하기를 꺼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녀의 수가 줄어들면서 기존 수녀들이 담당하던 봉사활동과 본당 행정업무를 평신도들이 대신해야 할 상황에 처해 지역 각 성당들의 업무가 원활하게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게 천주교계의 한목소리다.

천주교 A성당 관계자는 "수녀들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지역 수녀회를 찾아다니며 충원을 요청했지만 수녀회조차 충원 가능 인력이 없는 상황이라 결국 미사가 있는 주일에만 수녀 1명 정도를 파견받는 경우도 있다"며 "수도자 숫자가 줄어든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처럼 수녀의 절대 부족을 직접 체감한 건 처음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최정우 기자 wooloosa@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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