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초비상 절전 모드 … 일반건물은 에어컨 빵빵

최악의 전력난이 예고되는 올 여름 민·관이 느끼는 온도차가 크다. ▶관련기사 8면·21면

공공기관은 초비상 절전 모드에 돌입한 반면, 일반 상가 등 민간 시설의 분위기는 남의 집 불구경하듯 사뭇 다르다.

이 때문에 전력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일반 민간 시설의 자발적 동참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올 들어 가장 이른 시간에 전력경보 ‘준비’가 발령될 만큼 더웠던 7일 오전 대전의 한 대형사우나.

이른 아침 시간인 데도 5~6명의 손님이 옷을 갈아입고 있는 사우나 내 탈의실에는 에어컨과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선풍기가 연신 가동됐다. 에어컨의 설정 온도는 25℃에 맞춰져 있었고 선풍기 5대는 허공에 바람을 뿜어내고 있었지만, 전원을 끄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낮 최고기온이 30℃를 넘어선 이날 오후 대전의 한 대형 복합건물도 사정은 마찬가지.

이 건물의 상가 대부분은 유리문을 열어놓고 에어컨을 가동했다. 일부 상가의 실내는 시원하다 못해 서늘한 기운까지 느껴졌다.

상가의 한 직원은 “전력 위기도 중요하지만, 업주 입장에서는 매장이 더우면 들어왔던 손님도 나가기 때문에 기본적인 냉방은 해야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반면 비슷한 시각, 대전 동부경찰서의 한 사무실은 에어컨 가동 없이 29℃의 실내온도를 유지했다. 직원들은 연신 손부채로 더위와 씨름했지만, 누구 하나 선풍기와 에어컨은 틀지 않았다.

한 직원은 “작년 여름도 정말 힘들었는데 올해가 더욱 걱정”이라며 “전력난이 예고되고 있는 만큼, 그래도 참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여름철 전력수급 전망 및 대책’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28℃ 이상, 계약전력 100㎾ 이상 대형건물은 26℃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특히 전력 사용량이 절정에 오를 7월과 8월에는 문을 연 채 에어컨 등 냉방기기를 틀고 영업하는 점포 등 민간 시설은 주요 단속대상이 된다.

정부는 계도기간인 6월이 지나면 본격 단속을 벌이겠다는 입장이지만, 민간 시설의 에너지 낭비 행태는 여전하다.

민간 부문의 자발적 동참 없이는 민·관이 느끼는 온도차가 여름 내내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적정한 실내온도를 유지하고, 사용하지 않는 냉방기구 등을 끄는 등 우리가 모르고 지나가는 전기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로 이어지고 있다.

고형석 기자 koh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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