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이선우 정치부 팀장

18대 대선을 4개월 앞둔 지난해 8월경,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는 당시 대선 판도에 직간접으로 영향을 미치는 변수였다.

소위 안풍(安風)을 불러일으키며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가운데서 대선 판도를 흔들었다.

새누리당 측에선 거센 안풍에 바짝 신경을 곤두세웠고, 대선 후보 지지율에 탄력을 붙이지 못하던 민주당 측에선 불편함과 기대감을 동시에 가진 채 그저 안 전 교수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민주당은 당시 안 전 교수의 존재로 민주당 지지층의 한 축인 진보·젊은층이 흔들린다는 불편함과 함께 당시 무소속이었던 안 전 교수가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면 대선 승리도 가능하리라는 기대감이 동시에 섞여 있었다.

결국 안 전 교수는 대선을 며칠 앞둔 지난해 11월 23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대선 변수의 역할을 끝냈다.

물론 안 전 교수 끌어안기에 실패한 민주당과 문 후보는 대선 패배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야 했다. 대선 기간 내내 ‘안철수 변수’에 끌려다니듯 하던 민주당은 대선이 끝난 후에도 ‘안철수 변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민주당은 지난 4·24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서울 노원병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안철수 후보를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공천을 포기했다. 127석의 제1야당이 명분이나 실리도 없이 무소속 후보를 위해 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은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민주당의 존재를 초라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말았다.

재보궐선거 당선으로 국회에 등원한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이번에는 신당 창당을 준비하는 행보를 보였다. 이번에도 바짝 긴장한 것은 민주당이다. 안 의원이 지난달 광주를 방문하자, 이에 질세라 민주당 지도부도 광주에 총출동한 바 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취임 이후 한달여 동안 혁신과 변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 이런 노력에는 안철수에 휘둘리지 않을 당의 분명한 입장이나 해법을 찾아보자는 의지도 포함된 것이 사실이다. 김한길 대표가 각종 강연이나 인터뷰에서 안철수 의원과의 관계에서 연대 없는 대결을 벌이겠다고 밝히거나 “안 의원의 독자 세력화는 새누리당에 어부지리가 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한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민주당의 한쪽 눈과 한쪽 귀는 여전히 안철수에게 쏠려있는 또한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안 의원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즉각 반응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 정도가 되면 안 의원은 (민주당엔) 더 이상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된 것이 아닌가 싶다.

내년에 열리는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후보군들의 걱정은 더욱 크다. 이대로 가다간 민주당이 내년 지방선거를 제대로 치를 수나 있을 모르겠다는 걱정과 푸념의 목소리가 많이 들린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안철수 신당은 민주당에 직격탄이 될 것이라는 말도 공공연히 나온다. 안철수 신당이 창당되면 새누리당 보다는 민주당 세력의 이동이 많을 것이라는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정치적 상황이 안철수 의원의 잘못일까. 안 의원이 독불장군식을 정치권을 휘젓고 다니기 때문일까. 냉정하기 보면 안철수 신당 창당 여부와 민주당이 처한 위기는 큰 관계가 없다.

안철수 의원의 눈치를 보는 듯한 민주당에 더 큰 문제가 있다. 앞으로의 갈 길을 보여주지 못한 채 외부의 작은 미풍도 흔들리는 민주당의 모습은 당원과 국민에게 불안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내년 지방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성공하지 못한 민주당에 마지막 기회가 될지 모른다. 하지만 이대로는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에 상황이 어둡기만 하다. 이제라도 확실한 상수의 면모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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