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이종원 충남본부 부국장

중국 춘추시대 제나라 위왕이 주연을 베푼 자리에서 순우곤에게 물었다.

"그대는 주량이 얼마나 되는가?"

"신은 한 말을 마시고 취할 경우도 있고, 한 섬을 마시고 취할 때도 있습니다."

"한 말로도 취하고 한 섬으로도 취하는 까닭을 듣고 싶소."

그러자 순우곤은 "만약 감찰관이 보는 앞에서 술을 마신다면 실수할까 한 말도 못 마시고 취해버릴 것이고, 집안 어른 앞에서 술을 마신다면 예의를 갖춰야 하므로 두 말도 못 마시고 취할 것입니다. 그러나 오랜만에 죽마고우를 만나 회포를 푸는 자리라면 다섯 말 정도는 마셔야 취하게 됩니다. 그런데 만약 제 옆에서 아리따운 여인이 비단 옷자락을 살짝 열고 은근히 추파를 던지며 술을 권한다면 한 섬 술을 마실 수 있습니다"고 답했다.

여기에 보태 "하지만 술이 지나치면 어지럽게 되고 즐거움이 극도로 달하면 오히려 슬퍼진다고 합니다. 무엇이든 극도에 이르면 쇠하게 되는 법입니다"고 했다.

위왕은 순우곤의 말을 들은 후 방탕하게 술 마시는 습관을 버렸고 왕실의 술자리 때마다 순우곤을 옆에 두고 조언하게 했다고 한다. 중국 사기에 나오는 일화인데 고금을 막론하고 술 마시는 자는 때와 자리를 가릴 줄 알아야한다.

자리를 분별하지 못하고 극단까지 치닫다 패가망신에 이른 역사적 사례는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술은 인류역사상 특별한 음식이었다. 동양에서 술을 신에게 제사 지내는 음식이었고, 서양에서 술은 신의 선물이었다. 성경 창세기에 당대 의인이었던 노아가 술 때문에 벌거벗는 실수를 범했다는 기록이 있다.

요즘 한국사회가 지구촌뉴스의 주목을 받으며 시끄럽다.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순방 때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인턴과 술자리를 같이하다 성추행한 사건 때문이다.

정상회담 사절단 대변인이 중차대한 업무 중임을 망각한채 구설에 휘말릴 수 있는 인턴여성과 술자리를 함께했다는 것 자체가 변명하기 어려운 충분조건을 갖췄다.

보통 많은 사람은 때와 장소를 가려가며 음주를 조절한다. 하지만 알코올이 일정량을 넘게 되면 중추신경 마비로 절제력을 잃고 사고를 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중국 시진핑도 부패척결을 위해 중국군에 금주령을 내렸고 최근에는 일부 지방정부까지 확대했다고 한다. 중국에서도 공직자들이 술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솥뚜껑 보고 놀란 가슴 때문일까.

이번 사건으로 청와대는 대통령 해외 순방시 수행단의 금주 방안을 검토한다고 한다.

급기야 '아태 물 정상회의'에 참석차 태국을 방문한 정홍인 국무총리도 출국 전 "수행원 명단에서 술 먹는 사람은 뺄까도 생각했다"고 밝혔다. 명단 수정은 없었지만 공식 만찬에서 와인 한두 잔만 허용하고 호텔바 등 별도 장소에서는 술자리를 금지한다는 방침을 내렸다고 한다. 오죽하면 내린 결정이겠는가.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 칙궁(飭躬) 조항에 이런 글이 나온다.

"술을 끊고 색(色)을 멀리하며 노래와 음악을 물리쳐서 공손하고 근엄하기를 큰 제사 모시듯 할 것이요, 감히 놀고 즐기느라 거칠고 방탕하게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아마 그 시절에도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하고 사고 치는 주당들 때문에 골칫거리였던 것 같다.

자고로 고위공직자들은 남다른 국가관과 국민을 위한 흔들림 없는 복무자세를 가져야 한다.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에 더욱 절제하고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청와대뿐만 아니라 모든 공직자가 스스로 복무기강을 다잡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공무로 밤낮없이 일하는 공직자들도 많다. 일부의 잘못으로 전체가 욕먹지 않고 국민들로부터 존경과 박수를 받는 공직사회가 되길 기대한다.

감사원이 공직 감찰을 강화한다는 얘기가 또 들린다.

아무튼 술 조심! 여자 조심!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