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건옥 칼럼]
새누리당 지역 의원 역할론 의문
추경 정국 무리력한 모습만 노출
지속적 이슈관리…체계적 접근을

'과학벨트 추경' 정국에서 새누리당 충청권 의원들은 어떤 역할을 했을까. 의원들이 당내에서 충청권 이익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개진하는 모습을 보기 힘들었다. 무기력한 그들의 존재감이야말로 '과학벨트 앞에만 서면 한 없이 작아진다'는 세간의 비유가 잘 어울린다.

얼마전 추경 정국은 여당 출신 충청권의원들이 각자 어떤 방식으로 자신들의 정치역량을 보여줄 것인가에 관심을 가질 만했다. 충청권 여야 의원 모두 과학벨트 추경 확보를 위해 한배를 탔다고 공언을 했던 것은 여당 측이었다. 그러나 여당의원의 경우 과학벨트에 대한 몇 마디 발언이나 제스처는 지역에서 자신의 이미지를 덧칠하는 '치적용'에 불과했다.

아무리 '정치란 쇼'라고는 하지만 지역 주변만 맴돌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쏟아내는 건 일의 순서가 틀렸다. 지역민의 눈에도 거슬릴 따름이다. 정국의 타이밍에 맞춰 국회에서 새누리당 지도부를 상대로 과학벨트 추경 명분을 적극 설득-어필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주길 기대했었기 때문이다. 민주당 충청권 의원들이 전략적으로 역할을 분담, 예산 투쟁을 적극 전개한 결과 일정 성과를 거둔 것과는 확연하게 구분된다. 우여곡절 끝에 과학벨트 부지매입비 700억 원을 추경에 편성했으나 여야 협상 결과 300억 원으로 깎인 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만족할 만한 성과는 아니지만 일련의 과정은 민주당 지역 의원들(이상민-박범계)이 주도적으로 기획 성사시켰다는 데 이견이 없다.

어떤 결과를 이끌어 내기 위해선 어느 정도 산통(産痛)이 불가피하다. 국회의원들의 지역민 대변 절차에서도 마찬가지다. 표심을 먹고 사는 그들로선 그만한 정치적인 압박감을 무시할 수 없다. 그게 정치현실이다. 그러나 그에 따른 정치적 책임을 지기보다는 모르는 척 하는 데 더 능숙한 것도 사실이다. 지역 현안 처리 과정에서 이런 일이 한 두 번도 아니어서 지역 이슈관리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제기해준다. 포항4세대 방사광가속기의 경우, 2011년 4월 4세대 방사광가속기 사업 기본계획을 수립한지 불과 2년만인 지난 9일 기공식을 가졌다. 이명박 정권 당시 '날치기 예산' '형님 예산'과 갖가지 정책적 배려 덕이 크다. 금년도 예산에서도 전년보다 89%나 증액시키더니 또 다시 이번 추경에서도 500억 원을 편성했었다.

반면 과학벨트 예산은 어디서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국책사업 예산 형평성 논란 끝에 과학벨트 사업을 추경 작업 과정에서 본격적으로 이슈화시킨 것은 한편으론 아이러니에 가깝다. 국민적 합의를 거친 국책사업, 대한민국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해 국가 지정사업으로 추진하는 과학벨트 예산을 홀대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결국 포항4세대 방사광가속기 추경 당초 편성 예산 500억원 중 300억원은 과학벨트로 넘겨주고 그 나머지 200억 원을 배정 받는 셈이어서 몇 가지 쓴 맛을 남긴 것도 숨길 수 없다.

첫째, 과학벨트가 추경은 물론 포항사업 발목잡기로 비쳐졌다는 점이다. 포항지역에서 상실감을 토로하고 있다. 자칫 충청권 국책사업에 대한 대국민 이미지 손상 우려가 없지 않다. 사사건건 몽니부리는 충청권으로 각인될 수도 있다는 노파심도 남는다.

둘째, 포항의 경우 대통령이 바뀌어도 지역 이슈관리를 지속가능한 실행력을 담보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을 놓쳐선 안된다. 당초 올 추경에 한 푼도 편성돼 있지 않았지만 과학벨트 부지매입 일부를 확보했다는 건 그나마 다행이라고 자족할 처지가 아니다. 부끄러운 줄을 알아야 한다. 내년도 본예산 편성과정을 지켜보겠다.

할 일이 태산 같다. '과학벨트 수정-축소론', 엑스포공원 부지 활용론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부지매입비에 있어서도 지역 내에 대전시의 지분 참여론이 잠복해 있는 상황이다. 적어도 지역 대다수 의견과는 상반된 것들이다. 이를 두고만 볼건가. 모두 자기 살 궁리만 급급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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