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박신용 문화과학부장

자녀교육에 성공하려면 '할아버지의 재력과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이 필요하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일견 수긍이 가는 면도 있지만 뭔가 씁쓸함이 남는 우리 교육의 현주소다.

작금의 자녀교육에 있어 아버지의 역할이 미미하다는 비아냥엔 그저 웃을 수만은 없다. 대놓고 아버지를 무시하고, 가족과 아이들로부터 소외시키는 이 말에 욱하며 화를 내는 이들이 꽤나 있을 듯하다. 나 역시 그렇다.

사회생활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고 피곤해도 시간을 쪼개가며 가족을 위해 외식도 하고, 선물도 사다 받쳤는데…, 너무 억울한 마음이 든다. 하지만 냉정히 생각해보면 그동안 자녀교육에는 무관심했던 게 사실이다.

초·중·고교에 재학 중인 자녀를 둔 아버지들에게 묻는다.

‘당신의 자녀는 몇 학년, 몇 반, 몇 번인지’, ‘담임교사의 이름과 연령대는’, ‘가장 친한 친구의 이름과 연락처는’, ‘가장 좋아하는 교과목은’, '참고서와 문제집을 직접 구입해준 적이 있는지', ‘어떤 학원에 다니고 있는지’, '내 자녀가 이용하는 학원버스의 승하차 장소는' 등등.

과연 정확히 답할 수 있는 문항은 몇 개나 될까. 모르긴 해도 ‘백점짜리’ 아버지는 거의 없을게다. 아니 ‘빵점짜리’ 아버지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동안 아버지들은 자녀교육에 있어 엄마의 일방주도 교육에 팔짱끼고 방관하며 훈수만 두는 '훈수꾼' 역할만 해오지 않았는가 싶다.

우리의 아이들은 초등학교때부터 사교육 시장에 내몰려 엄마들의 정보에 따라 이 학원, 저 학원을 전전한다. 이른바 '메이저 영어학원'에 들어가기 위해 입시경쟁을 벌이기도 한다. 대기 순번을 받아 레벨(level) 테스트를 거쳐야 하고, 이를 위해 개인 과외까지 받는다고 한다. 외국어고와 과학고로 대표되는 특목적고에 입학하는 게 자녀의 성공을 보장해 준다고 믿는 엄마들의 몰입 교육때문에 사교육 열풍 같은 사회적 문제가 야기됐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많은 아이들은 왜 특목고를 진학해야 하는지 정확한 인식조차 못하고, 사교육에 매달리고 있다. 문턱에서 고개를 숙이고, 좌절하는 사례가 많다. 높은 문턱을 넘어서고도 이른바 일류 대학 진학과 돈벌이가 되는 직업 선택 등 갈 길은 멀기만 하다.

이제 아버지가 자녀교육에 나서야 한다. 장기적이고 차분한 접근방식으로 입시와 인성교육 간 균형을 이뤄 현 교육 문제의 많은 부분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인성교육은 아버지의 몫이다. 자녀 스스로 행복한 삶, 성공적인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으로 교육의 목적이 변해야 한다.

한 교육전문가는 아버지가 먼저 절제된 모습을 보여야한다고 강조한다. 자신은 TV를 시청하면서 자녀들에게 공부하라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무엇을 보고 배우겠냐는 것이다. 또 진정성있게 감성에 접근하라고 주문한다. 일방적 설득이나 질책보다는 자녀들의 느낌을 물어보는 투의 화법을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컨대 “그렇게하면 아버지가 힘들단다”라며 자녀의 잘못을 지적하기에 앞서 아버지가 걱정하고 있음을 느끼도록 하자는 것이다.

자녀들의 자존감을 세워주고 꿈을 찾도록 도와주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교육전문가들은 공부를 잘하든 못하든 자신이 가장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일깨워 주는데서 자녀교육이 시작된다고 말한다. 한 교육전문가는 “자녀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 평생 즐기면서 갈고 닦을 수 있는 꿈을 찾아주는 것이 필요하다”며 "자녀들에게 꿈을 갖게 해주면 채근하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공부한다"고 조언한다.

새정부 출범과 함께 공직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때마다 도덕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그들이 누구인가. 소위 가방끈이 긴 지식층 아닌가. 몇몇은 자신의 부도덕함조차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진정 모를 수도 있다. 나는 내 아이들이 그런 위선적인 어른이 되느니 부족하지만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아버지의 자녀교육 참여, 그래서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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