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철 충북본사 정치행정부장

도시재생 관련 기획취재를 위해 일본을 찾았다. 도시재생의 세계적인 벤치마킹 모델이자 대표 도시인 도쿄. 도쿄는 1950-70년대 급격한 도시화를 겪으며 주변도시를 합쳐 인구 3000만명의 대도시로 성장했다.

그러나 도시화에는 반드시 쇠락이 따르는 법. 시간이 지나면서 이젠 도시 이곳저곳에서 도시재생이 진행되고 있다.

도시재생의 대표 장소는 바로 롯폰기힐즈다. 롯폰기힐즈는 2003년 도시 재개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문화도심 창조라는 기치아래 탄생한 도쿄 제일의 종합 문화·쇼핑공간이다. 롯폰기에는 쇼핑몰과 대표건물인 모리타워, 일본에서 가장 진보적인 성향의 현대미술관인 '모리미술관', 일본 3대 미디어그룹 중 하나인 아사히TV 본사, 에도시대 영주 모리가문의 저택 터를 개조해 만든 모리정원 등이 있다.

한가지 시사할 만한 점은 일본과 우리나라 공공개발의 차이다. 공공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강제수용이라는 절차가 있는 한국과 달리 일본의 경우 땅 주인이나 건물 주인이 이를 거부할 경우 이들의 사망 이후에나 도시재생작업이 진행된다. 롯폰기 개발이 17년이나 걸린 이유다.

또 하나 주목받는 곳이 '시오도메'다. 시오도메는 원래 일본국철인 JR의 열차기지 창고가 있던 곳으로 도쿄에서도 아주 낙후된 지역 중 하나였다. 그러나 1992년 토지구획정리사업을 통해 도시기반을 정비하고 상업·문화·거주 등의 복합지역을 위한 재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해 지금은 미래신도시가 됐다.

도쿄 남쪽 30㎞ 거리에 있는 요코하마도 도시재생의 훌륭한 본보기가 되는 도시다. 요코하마는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미래형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미나토미라이21'이다. 미래항구21이라는 뜻이다. 미나토미라이21은 요코하마 서구와 중구에 걸친 약 1.86㎢의 해변 지역으로 면적의 0.76㎢는 매립지다. 조선소 등을 이전시키면서 마련된 땅에 새로 매립한 토지를 추가해 조성한 재개발도시다.

현재는 오피스 빌딩, 상업시설, 호텔, 놀이동산, 컨벤션센터, 미술관, 음악홀과 같은 문화시설 등 각종 기능이 모여 연간 5000만명을 넘는 사람들이 방문하는 요코하마의 대표 관광지로 변모했다. 요코하마가 도시로서의 자립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미나토미라이21과 같은 대형 프로젝트 구상과 함께 종합적인 도시만들기에 나선 것이 지난 1960년대 말부터다.

이후 일본 최초로 시 행정부서 내에 도시디자이너가 배치된 도시디자인전문팀을 설치한 것이 1971년이고 도시디자인전문팀은 1982년 도시디자인실로 발전해 현재에 이른다. 지난 40여년간 여러명의 시장을 거치면서도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이를 바탕으로 개성적인 요코하마 경관을 창출하는 데 기여를 한 것이다.

요코하마는 디자인을 유도하는 과정에서도 법률 조례가 아닌 '요강'과 '지역협정'을 통해 성과를 쌓아왔다.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끈질기게 이끌어 낸 것이다. 2004년 일본정부가 경관법을 제정한 뒤에도 요코하마시는 지금껏 실시해 온 협의형식과 유도방식을 첨가한 특유의 새로운 경관조례를 2006년 만들었다.

요코하마 경관 유도의 경우 규제에 따른 획일적 심사가 아닌 사업자·설계자가 유연하게 논의하는 과정에서 창조된 성과로 정부나 각 지자체, 공공기관에 의해 벌어지는 다양한 공적사업에 대해 꼼꼼하게 디자인 조정을 거친 점이 다른 도시들과 크게 차이나는 점이다.

요코하마는 일본의 첫 개항지라는 역사적인 의미를 지닌 미래도시다. 도시재생을 통해 도쿄 관문이라는 역할을 넘어 무역의 중심지, 주요 공업단지, 그리고 관광산업의 중심지로 거듭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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