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미래다-인향만리]
조옥순 공주다문화가정지원센터 한국어강사
우리말 가르치는 일 큰 보람 한국 결혼생활 힘들어할 땐 엄마처럼 따뜻이 보듬기도 공주 문화관광 해설사 하며 역사도 가르치는 나눔 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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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앎’이란 배우거나 경험을 통해 모르던 것을 깨닫는 것이다. 조옥순(57) 씨는 자신의 앎을 항시 나누며 산다. 그녀는 충남 공주에 살며 문화관광해설사와 다문화가정지원센터의 우리말 강사로 활동한다. 젊은 시절 그녀는 시부모와 친정부모를 동시에 모시고 살았다. 국문학을 전공하고 국가직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을 때였지만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시어머니는 치매로, 시아버지는 노환으로, 친정어머니는 암 투병으로, 그녀는 사십 대 중반까지 부모님의 병수발을 들었다.

눈물 마를 날 없는 세월이었지만 그녀는 마음을 다스리며 그 시간을 묵묵히 이겨냈다.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 차라리 즐기자는 생각으로 더 효도하려고 노력했다. 힘든 시간을 견디며 쌓인 삶의 내공이 그녀 안에 켜켜이 쌓였다.

그녀는 시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다시 ‘배움’의 불을 지폈다. 국문학 대학원에서 공부를 시작했다. 그러던 중 공주에 다문화가정지원센터가 개소돼 우리말 선생님을 구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전공을 살려 결혼이민자 주부들에게 우리말을 가르칠 수 있다면 보람이 클 거라 생각했다. 무엇보다 오랜 세월 부모님을 모시며 깨달은 결혼생활의 노하우를 낯선 땅에 와 가정을 꾸린 주부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다문화지원센터를 찾는 주부들이 시부모와의 갈등으로 어려움을 호소할 때 그녀는 자신의 경험을 들려준다.

“얼마나 힘드냐고 위로하면서도 피할 수 없다면 차라리 포기하고 자신의 마음과 행동을 바꾸라고 조언해요.”

힘든 세월을 몸소 체험한 끝에 나온 조언의 힘은 강했다. 공주다문화지원센터의 주부 학생들은 그런 그녀를 엄마처럼 믿고 따른다.

그녀가 공주지역의 문화관광해설사로 활동하는 것 역시 ‘앎’을 나누기 위한 일환이었다. 그녀는 전국에서 찾아온 어린이와 어른들에게 백제의 유적과 유물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그녀가 백제의 문화와 역사에 관심을 두게 된 건 무령왕에 대한 소설을 집필하면서부터다. 집필을 위해 백제에 대한 수많은 자료와 서적을 펼쳐놓고 공부하면서 그녀는 점점 백제 전문가가 돼 갔다. 그녀는 자신이 알고 있는 백제 이야기를 사람들과 나누고 교감하고 싶었다. 그렇게 공부·부여의 유적과 유물에 대한 해설을 시작했다.

“선생님의 역사 이야기를 듣고 백제 전문 역사학자의 꿈을 갖게 됐어요.”

무령왕릉에서 그녀와 만난 한 여고생이 보내온 메일 한 통은 그녀의 가슴을 벅차오르게 했다. 그녀가 나눈 앎이 누군가에겐 꿈의 씨앗이 된 순간이었다. 그녀는 더 많은 사람과 공주·부여의 문화유산 이야기를 공유하기 위해 펜을 들었다. 어린아이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해설서를 집필한 것이다. 그녀의 책을 읽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백제 유적지를 찾아온 어린이들을 만날 때 그녀는 한없이 기쁘다.

그녀는 한국인이라면 우리의 뿌리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문화가정지원센터의 주부 학생들과 함께 지역 유적지 방문을 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자녀가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배운 역사에 대해 물었을 때 대답할 수 없는 다문화가정 어머니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녀는 더 큰 사명감을 느낀다. 그들에게 우리말과 역사를 잘 가르쳐 우리 이웃으로서 삶을 공유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녀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다문화 친구들과 계속 만나고 소통하고 싶다고 말한다. 백제 문화 전반을 더 깊이 있게 다룬 책을 쓰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자기 것을 이웃과 함께 나누며 사는 삶을 그녀는 여전히 꿈꾸는 것이다. 가진 것뿐 아니라 아는 것도 기꺼이 나누는 삶. 나눔 속에 핀 그녀의 환한 미소가 참 예쁘다.

글·사진 최예린 기자 floy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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