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향만리]장경화 대전대청우편취급국장 가족 ‘남몰래 선행’
가족 모두 우정청 선후배로 장애인·홀로노인 돌보는등 가족이 한마음돼 사랑나눔
아들은 장애인 친구 따라 같은 고교진학 3년내 돌봐 이제는 집배원

▲ 활짝 웃는 송주석(사진 오른쪽), 장경화 씨 부부와 아들 치훈 씨. 이들은 직장에서는 선후배, 집에서는 단란한 가족이다. 이들에게 봉사는 특별한 것이 아닌 생활일 뿐이다.

“훌륭한 일도 아닌데 기사 나오는 게 부끄러워서요.”

장경화(57) 대전대청우편취급국장은 남모르게 해 오던 가족의 선행을 소개하겠다는 기자의 말에 손사래를 치며 한사코 사양했다.

그는 28년째 우정청에 근속중인 베테랑으로, 대전시 대덕구 장동에서 남편, 아들과 함께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있다.

장 씨의 남편 송주석(60) 씨는 대전유성우체국 집배장으로 30년째 대전시민들에게 희노애락의 소식을 전하고 있고, 아들 치훈(32) 씨도 대전대덕우체국 집배원으로 8년 근속 중이다.

이들은 한 가족이지만 직장에서는 선후배 관계로 묶인 독특한 가족이력 외에도 ‘가족봉사단’이라고 일컬을 만큼 활발한 봉사활동을 펼치는 아름다운 가족으로 이웃들에게 유명세를 타고 있다.

말 그대로 우정(友情)을 나누는 우정(郵政)가족이다.

남편 송 씨는 유성우체국 집배원 34명으로 구성된 유성우체국365봉사단의 단장을 맡아 단원들이 매달 각자 1만원씩 갹출한 예산으로 월1회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봉사단은 집배원 업무 중 방문한 가정 가운데 생활이 어려운 독거노인이나 환자가족들을 선정해 근무자를 제외한 단원 모두가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그는 또 충청우정청 해병대전우회장으로서 전우회 동료들과 분기별 1회씩 봉사활동을 펼친다.

부인 장 씨 역시 활발한 봉사활동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장 씨는 현재 주부부터 자영업자, 직장인 등 21명으로 구성된 새여울예술단의 단장으로 활약하면서 연1회 독거노인들의 환갑·칠순잔치를 열어주며 외로운 어르신들의 자식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또 자신이 배운 웃음치료, 풍물놀이, 노래 등을 노인복지관에 방문해 전파하는 ‘재능기부’에도 열심이다.

이들 부부가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아들 치훈 씨 덕분이라고 했다.

치훈 씨는 중학교때부터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던 중 장애가 있는 한 친구를 만나면서 이 친구를 돕기 위해 친구와 같은 고등학교에 진학해 3년 내내 선행상과 봉사상을 독차지 할 정도로 지극히 보살폈다.

한때 사회복지사를 꿈꾸기도 했지만 어려서부터 부모님의 업이 남들에게 얼마나 큰 즐거움을 주는 지를 보고 자란 터라 수차례 도전 끝에 결국 자랑스러운 집배원이 됐다.

입사 이후에도 개별적인 봉사활동을 게을리 하지 않았고, 최근에는 한 인터넷 봉사동아리를 접하고 본격적인 ‘봉사전선’에 뛰어들 생각에 설레인다고 한다.

이 가족은 개별적인 봉사활동 외에도 가족이 뜻을 모아 어려운 이웃을 찾아다닌다.

생활이 어려운 가정에 쌀을 사다 주거나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장애인 가족들을 위해 밑반찬을 준비하고, 집 주변 정리를 해주는 것은 예사이며 심지어 돈이 없어 가스나 전기가 끊긴 이들의 요금을 대신 내주기도 한다.

최근에는 다문화가정이 많아지면서 집 주변 이주여성들에게 직접 농사지은 채소를 나눠주고 김장을 담가주는 등 친정엄마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들 가족에게 봉사는 그저 생활일 뿐이라고 한다.

장 씨는 “봉사는 멀리있는게 아니라 가까운데서 찾아가면서 하는 것”이라며 “집 앞에 쌓인 눈 치우는 것도 봉사고, 마을 도랑 주변을 제초하는 것도 일종의 봉사다. 크게 생각하면 안되고 가장 손쉬운것부터 시작하면 어려울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한성 기자 hansoung@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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