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사람이 미래다-인향만리]
오십에 연극영화과 입학한 공부하는 각설이 정일품씨
품바 변신해 양로원등 봉사 그렇게 품바의 길 걷기시작
애초 예술가치 높은 장르로수준 격하되는것 안타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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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바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어떤 컨셉의 품바를 생각하시는거죠? 제가 하는 품바는 작품인데 거기(취재 방향)에 맞지 않을 수 있어서요."

각설이를 연극과 뮤지컬로 각색하기 위해 만학의 길을 걷고 있는 정일품(53·본명 정환금) 씨는 기자를 만나자마자 걱정스러운 얼굴로 이 같은 질문을 쏟아냈다.

대전에서 조경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정 씨는 민족의 애환과 사회풍자의 해학이 담긴 각설이 타령이 현대에 이르러 장터 등지에서 소위 '우스갯 소리'로 전락한 모습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래서 마음 먹은 것이 '품격있는 각설이 품바의 예술 장르화'였고, 이를 위해 나이 50세를 넘긴 지난해 경북 영주시에 위치한 동양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진학, 연기와 연출 공부를 시작했다.

정 씨는 "어린시절이던 1960년대 중반 가을에 서리가 내리던 날 어머니와 형들의 손을 잡고 갔던 면소재지 장터에서 각설이 공연을 처음 접했는데 당시 기억이 눈에 선하다"며 "각설이 품바가 애초에는 문학적 예술로 탄생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세월이 흐를수록 시장 구석의 엿장수 수준으로 격하되는 것이 안타까워 예술로 다시 환원시켜놓고 싶어 어려운 공부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실 정 씨가 처음부터 각설이에 대해 관심을 가졌던 것은 아니었다. 음식점 운영과 각종 사업을 하던 틈틈이 봉사단에 가입해 양로원과 경로당을 찾아다니며 효도잔치를 벌일 당시 품바 흉내를 내면 환하게 웃으시던 어르신들의 얼굴이 좋아 시작했을 뿐이었다.

정 씨는 "예전에 동네 새마을협의회 봉사단에서 요양원에 방문하면 어르신들 앞에서 익살스럽게 노래도 하고 익살을 떨다가 아예 품바 복장을 하고 나섰던 것이 이 길의 시작이었다"며 "학교에 다니기 전에는 1개월에 10회 정도 봉사활동을 다녔는데 지금은 학업에 열중하느라 월 2~3회 정도 봉사공연을 한다"고 말했다.

이와 별개로 정 씨의 꿈을 현실화시키기 위한 노력은 진행형이다.

정 씨는 "품바를 취미로 생각하고 간단하게 여겼다면 모르겠지만 목표를 갖고 깊이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내가 아는 것이 너무 없다는 생각에 자주 한계에 부딪혔다"며 "대학교 가니까 김명곤 석좌교수 등 걸출한 스승들에게 교육을 받게 돼 내 마음속의 수수께끼가 확 풀리는 기분이었고, 어렵지만 자신감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정 씨는 이어 "누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꿈을 향해 달릴 것이고, 내가 이루지 못하더라도 그 누군가가 내 뜻을 이어 결국 각설이가 예술장르화 된다면, 또 그것을 통해 온 국민이 즐거워할 수 있다면 대만족"이라고 덧붙였다.

봉사활동으로 시작한 각설이가 인생의 목표로 바뀐 정 씨의 구성진 품바타령이 그의 꿈대로 예술로 승화되는 날을 기대해본다.

전홍표 기자 dream7@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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