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의 하루' 가족·연인과 극장서 '情쌓기'

일주일의 한가운데에 끼어 있는 단 하루의 휴일을 알차게 보낼 수 있는 방법엔 뭐가 있을까.

단돈 6000원으로 전 세계 여러 나라, 다양한 장르의 문화를 100∼200분 사이에 맛볼 수 있는 '영화' 한편이라면 휴일이 공(空)휴일이 되지는 않을 것 같다.

우리 지역 극장가는 새해(1일)를 맞아 영화평론가들로부터 비교적 높은 평점을 받은 수작(秀作) 몇 편을 일제히 내걸었다.

피아니스트, H(에이치), 품행제로, 더블비전 등이 눈에 띄는 작품들. 개봉작을 맛보자.

◆ 피아니스트

2002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2차대전 유대인 학살 다뤄
비평가 · 일반관객 '극찬'

오늘(1일) 개봉하는 영화 '피아니스트(The Pianist)'(감독 로만 폴란스키)는 2002년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휴먼드라마로 비평가는 물론 일반관객들로부터 숙연하고도 높은 찬사를 받은 작품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학살을 다룬 이 영화는 유대계 폴란드인이자 유명한 피아니스트인 블라디슬로프 스필만의 회고록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그는 1939년부터 1945년까지 폴란드 바르샤바 게토(유대인 강제 거주지역)에서 공포와 광기에 맞서 생존을 위한 외로운 투쟁을 벌였다. 어머니를 가스실에서 잃고 수많은 죽음의 위험 속에서 스필만은 자신의 예술적 재능으로 가까스로 살아나고 이 극적인 경험은 낙관적인 희망으로 물든다.

'전쟁도, 공포도, 허기도, 죽음도 끝끝내 앗아가지 못한 것이 있다. 그것은 결국에는 지켜질 인간의 존엄이자 자유이며 생존을 위한 위대한 싸움이었다.' 피아니스트의 메시지는 바로 이렇게 요약된다.

미국 라이프스타일지인 '베니티 페어'지가 "가장 촉망되는 5명의 배우" 중 하나로 꼽은 애드리언 브로디가 완벽주의자로 유명한 폴란스키 감독의 눈에 들어 주인공 스필만역을 맡아 열연했다. 이 작품은 또 총 제작비 3500만달러(약 420억원), 1300여명의 스태프와 연기자, 엄청난 크기의 촬영세트, 거대한 군사장비를 동원해 1930∼1940년대 유럽을 그대로 재현했다는 평도 받았다. 신정 휴일에 가장 추천할 만한 작품.

◆ H(에이치)

이종혁 감독 각본·메가폰
연쇄살인 미스터리 다뤄
"살인으로 세상을 구원한다"


이종혁 감독이 직접 각본을 쓰고 메가폰을 잡은 스릴러물이다. 네티즌 평점에서 10점만점에 7.3점을 받았다.

줄거리는 여섯명을 죽인 후 자수한 연쇄살인범 신현 및 시경 강력반 담당형사인 미연과 태현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기이한 모방 연쇄살인사건의 미스터리를 다루고 있다.

자신이 죽인 사람의 토막 사체를 시경으로 들고 와 자수한 신현은 감옥에 수감돼 사형선고를 기다린다. 그로부터 1년 후. 신현의 수법과 똑같은 방식으로 살해된 여고생, 임산부의 시체가 발견된다. 두 사건이 모방 범죄라 추정하는 시경 강력반의 담당형사 미연과 태현. 그들의 직감대로 신현의 수법과 유사한 살인사건이 잇달아 발생한다.

계속되는 3번째, 4번째 살인. 미연과 태현은 연쇄살인의 단서를 찾기 위해 감옥에 있는 신현을 찾아간다. 해맑은 미소를 띠며 살인으로 세상을 구원한다고 말하는 신현 앞에 미연과 태현은 혼란에 빠진다. 상영시간 106분. 15세 이상 관람가. 지난 27일 개봉작.

◆ 품행제로

로맨스 + 액션 + 코미디
류승범 · 임은경 · 공효진 주연
'모범시대 불량영웅'


조근식 감독의 '품행제로'는 지난 27일 개봉한 로맨스+액션+코미디물. 화제의 TV드라마 '고독'에서 남자주인공으로 출연해 촉망받고 있는 류승범이 주인공 중필역을 맡았다. 잘나가는 신세대 배우(임은경, 공효진, 봉태규)도 함께 출연했다. 네티즌 평점은 7.86(10점 만점).

문덕고의 1인자인 중필은 학교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전국체전 입상자인 대명고 태권도 부장도, 난폭하기로 유명한 강성고 헤글러도 그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는 소문이 들려 온다.

그런 천하무적 중필에게도 말 못할 고민이 있다. 철가면이라는 별명의 학생주임. 중필은 미용실을 운영하는 자신의 홀어머니를 짝사랑하는 철가면이 자신에게 과도한 관심을 보이는 게 부담스럽다. 춘화를 미끼로 삥을 뜯거나 당구장을 들락거리는 것도 예전같지 않은 중필은 고작해야 초코우유나 마시며 무료한 나날을 보낸다.

그런 중필에게 치아교정기를 달고 다니는 새하얀 얼굴의 모범생 소녀, 정란여고 최고의 퀸카 민희는 뒤늦게 발견한 생의 기쁨. 하지만 그것도 잠시. 험악한 외모의 칼잡이 상만이 전학오면서 중필은 첫사랑 대신 결투를 택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 더블비전(Double Vision)

진국부 감독 · 양가휘 주연
"과학적 설명 불가한 연쇄살인
공통점은 뇌속의 곰팡이"


대만과 홍콩 합작으로 제작된 미스터리 스릴러물이다. 진국부 감독이 지휘하고 양가휘가 주인공을 맡았다.

네티즌 평점에세 10점 만점에 7.33을 얻었다.

대만 타이페이. 초현대적인 인텔리전트 빌딩 17층 사무실에서 이 그룹의 회장이 익사체로 발견된다.

벽난로도 없는 실내, 고온의 화기 아래에서나 가능한 전신탈수증으로 발견된 어느 여인의 사체. 도저히 과학적인 설명이 불가능한 연쇄 살인사건이 연이어 발생한다.

희생자들 사이의 공통점은 뇌에서 곰팡이가 발견됐다는 것과 모두 환각상태에서 목숨을 잃었다는 것뿐이다. 곤경에 처한 대만 경찰은 미국 FBI에 도움을 청하고, 프로파일링 전문가인 특수요원 케빈 리히터가 파견된다.

한편, 형사 리히터는 경찰 내부 부패자를 고발하다 좌천돼 외무경찰로 살아가는 황 형사와 함께 수사를 하게 된다. 과거의 일로 동료들에게 따돌림을 받고, 아내로부터 이혼을 요구당하는 황 형사는 다소 폐쇄적인 성격으로 수사에만 집중한다.

황은 리히터를 도우면서 자신의 수사본능으로 이 사건이 종교적인 것과 관련이 있다고 여기게 된다.이 연쇄 살인사건이 불멸을 꿈꾸는 어느 광신도집단에 의해 저질러진 것으로 일단락지어질 무렵, 황 형사는 광신도 이전에 또다른 누군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황 형사 또한 어떤 초자연적인 힘을 느끼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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