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엑스포 10년

대전엑스포가 개최된 지 올해로 열 돌을 맞는다.
대전 엑스포과학공원은 1993년 8월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국제 규모의 엑스포를 개최해 1400여만명이 넘는 국내·외 관람객이 찾아오는 등 올림픽 이후 최대의 성공작이라는 평을 들었던 현장이다.
그러나 잔치가 끝난 뒤 10년이 지난 과학공원은 황량한 폐허 그 자체로 변했다.
지난 94년 8월 민간업체가 위탁경영을 맡았으나 경영부실로 매년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했다.
급기야 우주탐험관, 모노레일 등 일부 시설물은 운영이 중단됐고 시설보완과 재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관람객 감소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했다.
민간업체는 운영권을 포기했고 대전시와 지방공사 엑스포과학공원이 운영을 맡았지만 뚜렷한 해결방안 없이 허송세월만 보냈다.
과학공원은 시민들에게 그야말로 '잊혀진 공원'으로 남은 채 긴 동면에 들어갔다.

지난해 과학공원은 입장객 75만명을 넘지 못해 50여억원의 적자를 냈다.

과학공원 측은 지난해 관람객 감소 원인으로 안면도 국제꽃박람회 개최와 대전동물원 개원, 오송 바이오 엑스포 등이 열려 관람객이 분산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분석에 일침을 놓는다.

대형 행사의 영향으로 과학공원의 입장객이 줄었다는 것은 과학공원의 테마가 그만큼 특징이 없어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결국 과학공원에는 시민들의 눈을 붙잡아 둘 만한 특색있는 아이디어와 매력조차 없어 앉아서 관람객들이 찾아 주기만을 기다렸다는 결론이다.

과학공원도 이 같은 사실을 반성하고 '어제의 과학공원에 숨을 불어넣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과학공원은 올해를 대전엑스포 10주년의 해로 정하고 재도약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내·외적인 일대 변화를 꾀하고 있다.

과학공원은 이를 위해 우선 공원 리컨스트럭션(재정비) 사업을 본격 추진하고 첨단문화산업단지 조성 업무를 가시화하기로 했다.

이 계획들은 과학공원의 겉모습은 물론 과학공원 개념 자체의 변화가 핵심이 된다.

과학공원의 구조는 93 대전엑스포를 치러내기 위해 조성돼 공원이라기 보다는 거대한 전시장 시설로 꾸며졌다.

대전엑스포 개최 이후 명칭은 공원으로 변경됐지만 시설은 여전히 전시장 위주의 동선을 갖고 있어 관람객들이 보고 느낄 수 있는 공원으로서는 부적합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한 과학공원이 시민들의 외면을 받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과학공원은 이런 구조적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리컨스트럭션 계획을 세우고 추진 중이다.

이 계획에 따르면 과학공원내 일부 전시관은 놀이시설 및 영상문화 생산공간으로 바뀌고 공원에 과학체험 시설이 새로 설치되는 등 과학과 문화, 놀이가 어우러진 공간으로 탈바꿈시킬 방침이다.

2005년까지 3단계로 추진하는 이 계획은 공원을 ▲놀이의 나라 ▲과학의 나라 ▲문화의 나라 등 3개 공간으로 나눠 재정비하게 된다.

어린이들이 전시물을 직접 조작, 창의성 등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야외형 어린이 과학체험 시설인 키즈랜드(Kidsland)를 세워 과학공원으로서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고 과학교육을 극대화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이 계획이 순차적으로 진행된다면 과학공원은 현재 전시장 개념에서 현장체험 개념으로 변신하게 되고 흉물스럽게 방치됐던 각종 전시장은 관람객들이 직접 체험하고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하게 된다.

과학공원의 활기를 불어넣기 위한 또 하나의 계획은 첨단문화산업단지.

대전시가 주도해 추진하고 있는 첨단문화산업단지 조성계획은 과학공원 인근에 위치한 대덕밸리의 풍부한 IT, CT 첨단 과학 인프라를 활용해 과학공원을 활성화시킨다는 것.

시는 과학공원내 북쪽 부분을 ▲디지털·미디어 구역 ▲시네마 구역 ▲VR·게임 구역 ▲관리·지원 구역으로 나눠 현재 볼품없이 방치된 우주탐험관 등 6개관은 리모델링 후 활용하고 대전관과 페루관은 만화영상·캐릭터관과 촬영·다목적관으로 각각 신축키로 했다.

단계별 조성 계획은 올해부터 2004년까지 디지털 콤플렉스와 디지털 워크스테이션, 벤처영상특화센터, 특수효과관, 영화박물관을 만들며 2005∼2006년은 가상현실관과 관리동, 문화산업지원센터를 조성할 방침이다.

3단계는 2007∼2010년으로 만화영상·캐릭터관과 협동화단지, 촬영·다목적관, 미디어센터, 미디어아트관으로 구성을 마칠 계획이다.

전체 투자금액은 디지털 콤플렉스에 150억원 등 모두 974억원(국고 465억, 지자체 277억, 민간 232억원)이 투자되며 대전첨단산업 진흥재단에서 통합 운영한다.

영상·게임·애니메이션 등 첨단문화단지로 다시 태어나게 될 과학공원은 올해 새로운 기지개를 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 모든 계획에 앞서 과학공원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시와 엑스포과학공원 관계자들이 기존의 고정 관념을 깨고 어떤 컨셉으로 공원이 발전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과학공원 관계자는 "시의 첨단문화산업단지 조성과 과학공원이 맡아 추진하는 리컨스트럭션 계획이 가시화되는 올해는 애물단지에서 시민의 휴식공간으로 부상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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