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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된장찌개 끓여주는 그 재미, 이 맛에 시월드 생활도 즐거워요”

[한 남자와 2번 결혼해 2배 행복하다는 태국이주여성 박 폴리쳇 씨의 한국 적응기]

태국 출장온 남편만나 백년가약, 가족 초대할 수없어 태국서 1번, 시댁 배려로 한국서 2번째

최정우 기자 wooloosa@cctoday.co.kr 2013년 01월 21일 월요일 제11면     승인시간 : 2013년 01월 20일 19시 27분
   
 

“무예타이! 얍! 얍! 잘했어요”

하루 평균 3시간, 한국과 태국의 중간에서 아이들에게 문화를 전달하는 ‘문화전도사 선생님’ 박 폴리쳇(39)씨. 까만 피부, 아직은 미흡한 한국어 발음을 구사하지만 아이들에게 선생님이라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뿌듯하다고 말한다.

2010년 10월 폴리쳇 씨는 어린이집에서 첫 수업을 하게 된다.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대전과 청주를 오가며 하루 2~3시간 어린이집·유치원을 방문해 아이들에게 한국과 태국 문화를 전달한다. 한국에 오기 전 ‘현모양처’를 꿈꿨던 그는 “자신이 아이들 앞에서 ‘선생님’ 소리를 들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쑥스러워 했다.

초창기 아이들은 다문화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폴리쳇 씨를 신기해하고, 궁금해하기도 하고 심지어 다른 피부색을 갖고 있는 폴리쳇 씨를 보고 우는 어린이들도 있었다. “선생님, 태국에도 TV있어요?” 낯선 이주민을 바라보는 어린이들은 궁금한 것이 너무 많았다.

그는 시간 여유를 두고 아이들에게 다가갔다. 태국선생님이 가르치는 태권도 수업, 태국선생님이 읽어주는 이솝우화 등으로 아이들은 폴리쳇 씨에게 서서히 마음을 열고 있었다.

△“저 두 번 결혼한 여자예요(하하)”

1999년 폴리쳇 씨는 태국 푸켓의 한 호텔에서 일하는 안내직원이었다. 3살 연상 남편은 유명 H관광사 직원으로 태국에 출장이 많았다. 남편은 폴리쳇 씨에게 관광정보를 얻어야만 했고 호텔직원과 관광사 직원과의 공적인 관계는 2년 후 혼인 서약까지 이어졌다.

결혼 때문에 폴리쳇 씨의 가족, 친척들을 모두 한국으로 초대할 수 없었던 둘은 2002년 9월 첫 번째로 태국에서 전통혼례를 치르며 평생가약을 맺는다. 다니던 직장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이주 할 준비를 마친 폴리쳇 씨는 2003년 9월 한국땅을 처음으로 밟았다.

한국 며느리보다 더 한국 ‘시월드’를 적응해 나가던 폴레쳇 씨는 남편과 친정부모님의 배려로 2005년 6월 한국에서 두 번째 혼례를 치르게 된다. 그는 “남들에게 결혼을 두 번 했다고 하면 다들 놀라요, 다른 이주민 친구들은 한국에서만 결혼했다고 하는데 저는 두 번 했으니까 2배로 행복한 여자인거 맞잖아요”라고 말하며 부끄러워 했다.

△“어머니 ‘정구지’가 뭐예요?”

폴리쳇 씨는 한국에서의 생활 중 가장 힘든 점 중 하나를 ‘다양한 한국의 문화’를 꼽았다. 한국의 ‘시월드’를 처음 접하게 된 그는 김장시기가 가장 어렵다고 말한다. 지난해 김장할 때 그는 잊지못할 경험을 했다.

뜬금없이 ‘정구지’를 가져오라는 시어머니의 주문에 그는 크게 당황했다. ‘부추’는 알고 있었지만 ‘정구지’는 몰랐던 그는 김장을 마치고서야 시어머니께 솔직하게 말했다. 이후 폴리쳇 시부모와 남편은 그에게 말할 때 조금 더 쉬운 단어를 생각해서 말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밖에도 문화적 차이는 일상생활에서 속속 드러났다. 한국인의 전형적인 단골메뉴 ‘비빔밥’도 그가 받아들일 수 없는 음식문화의 충격이었다. 반찬을 한데 모아 비벼 모두가 수저로 음식을 먹는 문화가 없는 태국에서 자라온 그는 비빔밥에 놀라고 덜어먹지 않는 문화에 한번 더 놀랐다.

그는 “노마(로마)에 가면 노마법을 따라야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경주에서 비빔밥을 먹어보니 정말 맛있어서 집에서도 가족들과 종종 양푼에 비벼 같이 먹는다”고 말하며 한국에 적응해 나가고 있었다.

   
▲ 박 폴리쳇 씨가 18일 대전의 한 어린이집에서 다문화수업을 하고 있다. 최정우 기자
△“앞으로의 계획이요? 면허증 실기 붙어서 가족들 태우고 여행가고 싶어요”

2명의 자녀를 둔 아이엄마, 다문화 선생님, 통역 봉사활동 등 그는 누구보다도 하루를 정신없이 보낸다. 폴리쳇 씨는 올해 가족들과 ‘면허증 취득’, ‘한국어시험 4급 합격’이라는 약속을 했다.

운전면허 필기시험은 당당히 한번에 합격했지만 실기를 앞두고 걱정이 태산이다. 그래도 시부모와 가족들을 모두 차에 태우고 가까운 곳으로 여행 갈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흥분된다고 말하는 한국 아줌마다.

아들, 딸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가 되고 싶다는 그는 가을에 있을 한국어평가시험 준비도 매진하고 있다. 그는 “오늘도 집에가서 남푠(남편) 댄장찌개(된장찌개)를 차려주고 바다쓰기(받아쓰기)를 할꺼예요”라며 “4급 합격하면 또 취재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최정우 기자 wooloosa@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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