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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로 가는 가을… 청남대는 풍경화

[금토일]청남대로 막바지 가을여행
대통령들의 취미·생활용품을 한눈에, 호반 산책로 ·연못· 메타세콰이어 숲
대청호변에 자리 잡아 한폭의 수채화

이재형 기자 1800916@cctoday.co.kr 2012년 11월 16일 금요일 제11면     승인시간 : 2012년 11월 15일 20시 20분
   
 
  ▲ 청남대로 가는 길. 이 길이 아름다워 청남대를 찾는 사람들도 있다. 도로 중간에 잠시 쉬어가는 주차장이 있다.  
 
어느새 대통령 선거가 코 앞까지 다가왔다. 그러나 분주한 것은 정치권 뿐, 적지 않은 국민들이 자신의 운명을 가를지도 모를 대선에 여전히 무관심하다. 돌이켜보건데 지금까지 매번 그랬다.

후보가 어떤 사람인지도 제대로 모른채 여론에 끌려 투표를 하고는, 당선이 된 후에야 비로소 그 사람을 알아간다. 그 무관심의 대가는 본인 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의 공동책임으로 되돌아온다.

왜?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니까. 전사지불망 후사지사(前事之不忘 後事之師). ‘지난 일을 잊지 않으면 뒷일의 스승이 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일부러 시간을 내어 찾아간 곳은 청남대.

한 때 우리나라 대통령의 별장이었고, 현재는 과거 대통령들을 주제로 담아 인기 여행지가 된 곳이다.
   
 ▲ 청남대 운동장에서 18일까지 열리는 국화축제.

권력의 장소에서 국민의 장소로 돌아온 곳

한동안 푸른 하늘이 계속되더니, 하필 청남대를 찾은 날 날이 궃다. 청남대 가는 길의 짙은 안개와, 잔뜩 흐린 하늘이 마치 선거 전의 모습을 옮겨 놓은 것 마냥.

청남대는 ‘남쪽의 청와대’라는 뜻으로, 충북 청원군 문의면 아름다운 대청호변에 있다.

1983년부터 대한민국 대통령의 공식 별장 ‘영춘재’로 사용되며 금단의 지역으로 있다가, 2003년 4월 그 동안의 권위를 놓고 국민에게 전면 개방됐다. 권력의 밀실에서 국민의 휴식 공간으로 돌아온 청남대. 184㎡ 부지에 조경수 5만 그루, 야생화 20만 본이 대청호와 어우러져 산책길과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곳은 오랜 기간 일반인의 접근이 통제됐던 만큼 생태계도 잘 보존돼 있어 고라니, 너구리, 삵 등이 자연 상태로 서식하고 있고, 각종 철새의 도래지 역할도 하고 있다.

 

   
 ▲ 청남대에 가면 9명의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을 만날 수 있다.

역대 대통령의 생필품으로 그를 되짚다

청남대 진입은 대중교통으로만 할 수 있고, 만약 자가용을 이용하려면 반드시 전날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예약을 해야 한다.

청남대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대통령역사문화관을 지나게 된다. 이곳에는 청남대가 만들어진 이후 이곳을 사용한 역대 대통령들의 일상 용품, 취미생활에서 세면도구에 이르는 물품들이 전시돼 있다. 각 대통령의 물품들을 보다 보면 한 번쯤은 ‘어! 이 사람이 이런 취미가 있었나?’라고 생각할 것이다. 테니스 라켓, 활, 골프채, 벼루, 낚시대, 자전거 등을 보며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던 그 사람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된다. 권력을 휘두르던, 베풀던, 한 때나마 대한민국의 최고점에 섰던 그들도 일반인들처럼 여가를 즐겼다는 것이 약간은 생소하기도 하다.

 

   
 ▲ 역대 대통령의 물품이 전시된 청남대 대통령역사문화관.

대통령들이 걷던 길

대통령역사문화관을 나와 청남대 정문으로 향한다. 정문 앞에 돌탑이 하나 있는데, 2003년 청남대 개방 당시 청원군 문의면 주민 수와 같은 5800개의 돌을 쌓고 문의면 32개 마을의 이름을 서겨 넣었다고 한다. 정문으로 들어서니 넓은 운동장과 저 멀리 별장 본관, 연못 등이 한 눈에 들어오는데, 마치 학교에 온 것 같은 구조다. 특히 운동장에는 형형색색의 꽃들이 만발한데, 알고보니 18일까지 ‘청남대 국화 축제’ 기간이라고 한다. 예정에 없던 화려한 꽃길을 걷는 행운을 누리고는 청남대 본관으로 향한다.

청남대 본관은 2층의 긴 건물로, 1층에는 회의실과 접견실, 식당 등이, 2층에는 대통령 가족이 머물던 침실과 서재 등이 있다.

본관 우측으로 가면 테크가 설치된 호반 산책로와 양어장(연못), 그리고 하늘을 향해 뻗은 메타세콰이어 숲을 만난다. 축구장만한 크기의 연못은 별장 시절엔 봄부터 가을까지는 양어장으로, 겨울에 얼음이 얼면 스케이트장으로 이용됐다고 한다. 청남대 일대는 산책길로 둘러쌓여 있는데, 각각의 산책로에는 이곳이 만들어진 1983년 이후 대통령의 이름이 부여됐다. 산책로를 따라 가니 옛 대통령 별장 시절의 철제 울타리와 출입문이 나타난다. 출입문에는 통신장비 박스가, 울타리 주변에는 벙커가 그대로 남아 있어 이곳이 최고 보안시설이었음을 상기시킨다.

대통령길을 따라 걸으면서 문득 그 때 그 시절 대통령들은 이 길을 걸으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생각해본다. ‘좋은 생각, 나쁜 생각, 국민과 나라를 위한 생각, 자신을 위한 생각…’애써 긍정적으로 생각해본다.

 

   
 ▲ 대통령 별장 시절 대청호를 누비던 대통령 전용 보트. 가족형 영춘 1호와 스피드형 영춘 2호가 전시돼 있다.

대통령 광장으로 가는 길

청남대 본관 왼편 호반길도 가본다. 길 왼쪽으로 드넓은 잔디밭과 울긋불긋 단풍나무들이 펼쳐진 골프장이 있다. 그리고 그 길가에는 역대 대통령들의 평소 생활을 담은 동상들이 서 있다. 누구는 골프채를 휘두르고 있으며, 누구는 조깅을 하고, 누구는 책을 읽고, 또 누구는 자전거를 타고 손을 흔든다. 아마도 그 모습이 가장 그 사람다웠으니 이런 동상이 세워졌으리라.

길을 걸으며 보는 대청호의 경치가 멋지다. 그동안 이토록 좋은 경치를 대통령만 볼 수 있었다니. 더군다나 물가의 경사나 지형구조를 보건데 타고난 낚시 포인터다. 이런 곳에는 대낚시던 루어낚시던 던져보고 싶은 마음에 물가로 가는데 재미있는 안내판이 보인다.

대한민국 군대에는 여러가지 보직이 있다.

소총수, 무전병, 보급병, 작전병, 당번병, 취사병, 테니스병 등등. 그런데 안내판에서 본 보직은 생전처음 들어보는 ‘낚시병’.

대통령이 별장을 방문한다는 소식이 접수되면 며칠 전부터 이곳에 밑밥을 뿌려 그 드넓은 대청호 물고기들을 불러 모아야 하는 참으로 희귀한 보직이다. 대통령이 낚싯대를 드리울 때 그 낚시병은 얼마나 가슴을 졸였을까?

또 청남대에는 희귀 보직이 하나 더 있는데 대통령이 청둥오리에게 모이를 주고 싶을 때 미리 유인하는 ‘나각병’이다

설마 대통령 낚싯대에 한마리도 안잡혔다고, 청둥오리가 덜 모였다고 이들을 군기교육대라도 보냈을까라는 생각에 웃음이 절로 난다.

 

   
 ▲ 대통령역사문화관에 마련된 대통령 집무실 책상

◆국민이 보는 대통령

아름다운 대청호 길을 지나 대통령광장에 이른다. 우리나라 대통령 동상이 시대 순으로 나란히 서있다. 사람들이 마음에 드는 동상 옆에 서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람들은 동상의 손도 잡아보고, 껴안아도 보고, 익살스런 장난을 치기도 한다. 가만히 지켜보니 사람들이 많이 찾는 동상과 아닌 동상이 구분이 된다.

대통령일 때는 그들이 국민의 눈치를 어떻게 봤을지 몰라도, 국민의 기억 속에는 가까이 가고 싶은 대통령, 관심 없는 대통령, 멀리하고 싶은 대통령이 새겨져 있다. 이제 곧 또 한 명의 대통령 동상이 청남대로 오고, 대신 청와대로 새로 뽑힌 대통령이 들어간다.대선을 앞두고 찾아가는 청남대는 다른 때보다 더욱 의미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5년마다 돌아오는 기회, 지금 청남대를 가보자.

글·사진 = 이재형 기자 180091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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