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도구 스마트폰의 역설]
쉴새없이 SNS매체간 대화, 인간관계 광범위하게 확대
직접 대면시 어색 대화단절

며칠 전, 처음 출근해 근로계약을 하기 위해 접견실에서 다른 입사자들과 처음 만났을 때, 서로 아무런 말이 없었다. 혹시 같은 부서로 가는 사람이 있을까 궁금할 법도 했지만, 어느 누구도 서로에게 어느 부서로 지원했는지 물어보는 사람이 없었다. 입사담당자가 올 때까지 모두들 자신의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인터넷을 하는 중이었다.

2007년으로 기억한다. IT관련 잡지에 실렸던 아이폰을 처음 봤었다. 한국에서 출시하지 않는다며 같이 근무하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아쉬워 했었다. 이 후 2008년, 2009년을 거쳐 아이폰은 별명이 ‘담달폰’으로 바뀌었다. 다음달 한국에서 출시한다는 소문만 무성할 뿐 매 다음달이면 정확한 출시 일정도 없이 사람들의 기대는 다시 ‘담달’로 연기되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문물이 들어오기 전에는 그것에 대한 평가가 늘 엇갈린다. 사용자들은 한 번 사용해보고 싶은 욕구와 호기심이 넘쳐났지만, 경쟁이 되지 않는 경쟁제품을 만드는 국내업체들은 하나같이 아이폰에 대한 평가에 많이 인색했다.

그 때를 또렷이 기억한다. 아이폰의 공식 출시 일정이 잡힌 직후에도 LG는 스마트폰을 개발할 생각이 없다고 못박았었고 삼성 또한 핸드폰의 소프트웨어보다는 하드웨어를 강화한 아몰레드 제품 판매에 열을 올렸다.

새로운 문물이 한 번 국내에 들어오자 마자 모든 것이 바뀌었다. 삼성은 아이폰의 컨셉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으면서도 아이폰을 따라가기 위해 부단이 애를 썼다. LG도 자신들의 말을 기억이나 하는지 꾸준히 변형된 제품을 만드는데 쉬지 않았다. 어쨌든 첫 출시 후 약 4년이 지난 지금, 길거리에서 고개를 들고 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다. 모두들 고개를 45도 아래로 숙인 체 자신의 스마트폰을 보면서 길을 걷는다. 무궁무진 하다는 앱을 살펴볼 시간이 부족한 것일까? 아니면 세상을 보다 잘 알기 위해 인터넷 기사를 들춰보는 것일까?

물론 이것이 스마트폰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미 오래전 문자메세지가 활성화 되면서 사람들은 핸드폰을 손에서 뗄 수 없어 했다. 쉴새 없이 문자를 주고받기 위해 엄지손가락은 신체중에 가장 바쁜 부분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 대해서 내린 결론은 사람들이 점점 사람들과의 대화에 느끼는 두려움이 커져간다는 것이다. 한 책에서는 수시로 주고받는 문자메세지에 대해 사람과 직접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 대해 부담을 느낄 수록 문자를 주고 받는 다고 했다. 오히려 소통의 대상이 사람이 아닌 핸드폰 너머의 누군가가 되었을 때 더욱 편안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이제 핸드폰 대신 사람들의 손에 스마트폰이 자리하면서 사람들의 소통의 대상이 더욱 넓어지면서 축소되었다.

SNS와 같은 매체들이 폭넓어 지면서 소통의 실질적 대상은 지인만이 아닌 불특정 다수로 광범위하게 확장되었지만, 이 모든 것이 스마트폰 또는 태블릿 등 도구가 없이는 불가능하게 되었다. 이 또한 역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눈다는 느낌보다는 스마트폰과 소통한다는 느낌이 그런 소통에 대한 부담을 많이 줄어주었을 것이다.

맨 처음 적었던 접견실에서의 상황은 소통의 자세를 갖춘 사람에게 조차 소통하고자 하는 의욕을 꺾어놓는다. 대화의 상대가 스마트폰을 쥐고 그 내용에 집중하고 있을 때 말을 건낸다는 것은 어쩌면 실례일 수도 있다. 그래도 최소한 스마트폰이 소통을 기피하는데 이용되지는 않았으면 한다. 접견실에서의 상황은 서로가 서로에게 어색할 때 나타나는 상황일 것이다.

요즘은 여럿이 식당에 가서 음식을 주문한 후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 모두들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무언가를 열심히 뒤적거린다. 음식을 먹는 순간이 아니면 상대와의 대화를 기피하는 것이다.

스스로 말을 거는 것이 어려운 것일 수 있지만, 걸어오는 말을 거부하기 위해서도 시선을 스마트폰에서 떼지 않는다. 모든 도구는 좋게 사용 될수도 나쁘게 사용 될수도 있다. 사용하는 것은 사람이지 도구가 아니다. 스스로 제어하지 못한다면 도구는 때때로 문제를 일으킨다. 사람을 찌르는 것은 칼이 아니라 사람이다. 사람을 기피하게 만드는 것은 스마트폰이 아니라 스마트폰에 의지하는 사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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