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했던 일들 한방에 보낸다

지난 12일 개봉한 '색즉시공'(감독 윤제균/ 18세 이상 관람가)과 6일 개봉작인 '피아노 치는 대통령'(감독 전만배/ 연소자 관람가)은 다소 무겁거나 우울할 수 있는 한 해의 마지막 주말, 가까운 사람의 손을 잡고 극장 한켠에서 조금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방화들이다.

두 영화 모두 크게 보아 코미디물에 속하기 때문에 줄거리나 구성 자체가 조작적이고 희화적인 편이다. 네티즌 평점에서는 '색즉시공'이 10점 만점에 7.78, '피아노 치는 대통령'이 5.34점을 받고 있다. 대역 없는 차력과 에어로빅(색즉시공), 대역 없는 피아노 연주(피아노 치는 대통령)도 볼거리.???

▲색즉시공

데뷔작 '두사부일체'로 350만 관객 동원의 기염을 토함과 동시에 천부적인 코미디 감각을 인정받은 윤제균 감독이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임창정을 앞세워 만든 코미디물다운 영화다. 불교에서 말하는 색즉시공(色卽是空), 즉 '세속적 욕망은 덧없다'는 말과는 완전히 반대. 시공을 초월해 벌어지는, 남자들의 넘치는 욕망과 소동을 담고 있다.

군대 제대 후 늦깎이 대학생이 된 은식(임창정 분). 남보다 늦은 출발 때문에 고시 합격에 인생의 목표를 건다. 하지만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해병대 고참 성국을 만나게 되고 그의 꾐에 빠져 차력 동아리에 가입하고 만다.

불철주야 공부를 해도 모자랄 판에 차력반에 든 은식은 또 하나의 장애와 마주친다. 에어로빅부 은효(하지원 분)를 본 순간 한눈에 반해 버린 것. 이후 그녀 주위를 맴돌며 시선을 끌어보려 하지만 은효는 눈 하나 깜짝 않고, 은식이 다가가고자 할 때마다 오히려 못 말리는 변태로 오인되게 만드는 돌발 사건들만 터진다.

답답한 은식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은효는 어느 날부터인가 교내 킹카인 상욱과 사랑에 빠지고 만다. 차력으로 다진 피 끓는 은식은 은효를 향해 무대포로 돌진하고 싶지만 그렇게 무지막지 달려들기엔 그녀는 섹시하면서도 너무나 사랑스럽기만 하다.

▲피아노 치는 대통령

국내 대통령 영화의 첫 신호탄이랄 수 있다.

노숙자로, 택시기사로 잠행하는 대통령, 깻잎머리 학생으로 변장해 동태 파악에 나선 신임교사. 외동딸을 사이에 두고 천하의 대통령이 만만찮은 상대(딸의 담임 선생님)를 만나 엮어나가는 로맨스코미디이다.

깻잎머리에 올려 입은 교복, 껌을 짝짝 씹어대며 짱을 찾는 여학생. 알고 보니 그 학생은 새로 부임한 담임교사 최은수(최지우 분)다. 자신이 부임할 반의 동태를 살피기 위해 학생으로 위장할 정도로 엉뚱한 교사 최은수는 교육자로서의 소신이 강한, 아니 너무 과해 학교에서 수없이 잘린 전적이 있는 교사다.

그런 은수에게 강적이 등장한다. 바로 자신의 반 학생인 문제아 영희. 오직 반항만이 갈 길이라는 듯한 영희에게 두 손 두 발 다 든 은수는 영희의 부모에게 전화를 건다.

"네, 청와대 비서실입니다."

영희는 바로 대통령의 외동딸이다. 깔끔한 외모와 청렴한 행적으로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는 현직 대통령 한민욱(안성기 분)은 아내와 사별하고 혼자 외동딸을 키우고 있다.

당장 대통령을 학교에 호출한 그녀. 민욱을 보자마자 호통을 치고 아이 대신 고시(古詩) '황조가' 100번 쓰기 숙제를 내고야 만다. 이렇게 담임교사 은수와 대통령 학부모 한민욱의 한판 승부가 시작된다.

국민정서를 이해하기 위해 최신 유행의 춤 배우기. 부랑자 차림으로 잠행 나서기. 퇴근길 버스에 홀연히 나타나 특급 리무진 서비스 무차별 제공하기. 대한민국 학부형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숙제하기. 물론 공무집행은 기본.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에 충실한 대통령에 대한 갖가지 기대를 하나로 묶어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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