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글, 임용운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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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부 帝王 無恥
이상한 所聞(37)

"전하께서 지존(至尊)으로 천기(賤妓)와 더불어 대무(對舞)를 추어 주시오니 망극하고 감격스러워 큰절을 올렸나이다."

"하하하하. 그랬더냐. 광한선에게 어사주를 한 잔 내려 주어라."

왕은 술병과 잔을 집어 김자원에게 넘겨 주었고, 김자원은 그걸 받아서 광한선에게 술을 한잔 따라 주었다.

광한선은 사은하고 받아 마셨다.

"광한선아, 해금 한 곡조 아뢰어 부부인(府夫人)을 즐겁게 하여 드려라."

광한선은 물러가서 해금을 갖고 다시 나타나 반주에 맞추어 멋드러지게 한 곡조 뽑았다.

왕은 거슴츠레한 눈으로 광한선의 해금 연주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침을 삼키고 있었다.

왕은 광한선의 해금 연주가 끝나자 내시 김자원을 불러 분부하였다.

"내수사에 전명하여 광한선에게 채단 10필을 하사하도록 하라."

광한선이 사은하고 물러났다.

"다음에 누구 또 없느냐? 노래 잘하는 기생이 나와서 노래를 해라."

소남아와 내한매가 서로 떠밀고 버티고 하다가 내한매가 못이긴 듯 나섰다.

"각씨네 더위를 사시오.
이른 더위 늦더위 여러 해 묵은 더위
오뉴월 복(伏)더위에 정(情)든 님 만나 있어
달 밝은 평상(平床) 위에 츤츤 감겨 누웠다가
무슨 일 하였든지 오장(五臟)이 번열하고
구슬땀 흘리면서 헐떡이던 그 더위와
동짓달 긴긴밤에 고운 님 데리고
따스한 아랫목과 두꺼운 이불 속에
두 몸이 한 몸 되야 그리 저리 하니
수족(手足)이 답답하며 목궁이 타올 적에
웃목의 찬 숭늉을 벌컥 벌컥 켜난 더위를
각씨네 사려거든 소견(所見)대로 사오시오."

무더위 속에서 땀을 비오듯 쏟으면서 정사를 하고 싶어하는 뜨겁고 무르익은 육체를 가진 여인의 강한 욕망을 담은 열정적인 노래였다.

소남아의 관능적인 춤과 내한매의 선정적인 노래는 연석에 모인 남녀들을 탕정(蕩情)에 사로잡히게 만들었다. 남자들의 호탕한 웃음소리와 여인들의 교성이 어우러져 어느 청루(靑樓)의 도색유희장(桃色遊戱場) 같은 난잡한 분위기에 빠져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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