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볏집 거두느라 바쁜 시절
겨울엔 잔병치레 하는 소 돌봐야 … 송아지 태어날 때 제대날짜 정해

▲ “신나게 끌고 다니던 트랙터 대신 지금은 무얼 타고 있을까 24살이란 조금은 늦은나이에 훈련소에 들어 가서 적응은 잘 하고 있을까 한참를 정신없이 일하다가도, 식탁에 수저를 놓으면서도, 아들거 먼저 놓고 아들 밥먹자 하는 엄마 생각은 하고 있을까”

“고양이 손이라도 빌려야 하는 농번기에 머리깍고 집나가는 아들아. 건강하고 씩씩하게 잘 다녀 오너라.” 24살 우리 아들은 지난해 농업경영인으로 선정됐습니다. 후계농업인입니다. 아들이 농사을 짖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고등학교 입학하면서 부터입니다. 본인의 꿈이 한우를 키우는 거라기에 용기를 주고, 아들이 농업계 대학을 갈수 있도록 적극 추천했습니다.

다행히 적성에 맞았는지 대학에 들어가면서 장학금를 받을 정도로 공부에도 흥미있어 하고 얼굴도 밝아졌습니다. 졸업하자 마자 한우를 키우기 시작한지 딱 1년만에 우리 아들은 큰시련을 겪었으니, 바로 지난해 강타한 구제역입니다. 애지중지 1년 넘게 돌보던 한우 120마리를 매몰시키고 잠시 말문을 닫았지만, 아팟던 만큼 더 힘차게 날개짖을 했습니다. 이렇게 착하고 듬직하고 엄마, 아빠를 도와 무엇이든 척척 해주던 아들이 머리를 깍고 모자 푹 눌러 쓴 채 ‘제 누렁이들 잘부탁 합니다’ 하면서 절을 하네요.. 처음엔 왜 하필 이렇게 바쁜 농번기에 훈련소를 가느냐 물었더니, 아들녀석이 그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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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나게 끌고 다니던 트랙터 대신 지금은 무얼 타고 있을까 24살이란 조금은 늦은나이에 훈련소에 들어 가서 적응은 잘 하고 있을까 한참를 정신없이 일하다가도, 식탁에 수저를 놓으면서도, 아들거 먼저 놓고 아들 밥먹자 하는 엄마 생각은 하고 있을까”

“가을엔 볏집 거둬들여야 하고 겨울에 소들이 잔병치레를 잘 하는편이라 보살펴 주어야 하고, 또 송아지 태어날때도 제가 있어야 하잖아요.”

엄마 , 아빠는 바빠서 훈련소에 못데려다 주니 혼자 가렴 하니, 아들 녀석 얼굴 표정 안변하고 “네” 합니다. 다행히 비가 오고 날씨가 차가웠던 탓에 일이 오전 중에 끝나서, 아들을 태우고 충남 공주에 있는 신병교육대로 향합니다. 그리고 갑자기 짧아진 아들 머리카락에 잠시 눈길이 머무릅니다. 어디 멀리 가는것 처럼 집에서 나오면서 밥을 먹었는데도, 부대 앞 식당을 보니 아들에게 밥 한그릇 더 먹여 주고 싶어집니다. “사랑하는 아들 김지수야. 네가 자나 깨나 걱정 하는 한우들은 엄마랑 아빠랑 잘 보살피고 있을께. 다시오는 날까지 밥도 잘주고, 우사 청소도 말끔히 잘 해줄께. 훈련 잘 받고 더욱 건강해져서 멋진 모습으로 만나자꾸나.”

봉황52 http://blog.daum.net/524co/16153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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