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복양식은 삶의 전부 안정적 판로확보 나서야"

"깨끗한 서해바다와 전복양식은 제 삶의 터전이자 전부입니다."

가진 것 없이 뚝심과 어업에 대한 비전만으로 전복양식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태안군에서 전복종묘를 시작해 지금은 성공한 수산업자로 우뚝 선 원진수산의 이주석(31·소원면 모항리) 사장.

가난한 어부의 4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이씨는 한때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서울소재 대기업의 과학연구소 연구원이었다.

그러나 지난 95년부터 연로한 부모와 몸이 불편한 형의 생계를 위해 직장생활을 접고 양식업계에 뛰어들었다. 당시 이씨가 가진 것은 연필 한자루와 노트 몇권, 그리고 희망과 젊은 혈기가 전부였다.

1년여 남짓 최북단 백령도에서 최남단 제주도까지 전복양식 기술을 배우기 위한 이씨의 고난은 말로 다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구하면 얻는다'고 했던가?

그동안 무려 30여개소를 견학하는 과정을 기록한 다섯권의 노트와 지난 96년 이른 봄 직접 설계한 452㎡의 양식장에서 사업 첫 해 전복종묘 70만패를 생산, 1억여원의 수익을 올렸다.

그때의 감격을 떠올리면 이씨는 지금도 가슴이 찡하다고 한다.

이후 이씨는 98년 대산지방해양항만청 어업인 후계자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지난해는 전복종묘 150만패와 중간종묘 50만패를 출하해 2억여원에 가까운 순수익을 남겼다.

현재 전복 중간육성 전문업체로 성장한 이씨의 작업장에는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어업인과 전복양식 관계자, 학생, 공무원들까지 그의 기술을 배우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강원전문대의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는 이씨는 올해 전복양식에 대한 열정과 도전정신이 높이 인정돼 해양수산부 등이 후원하는 '제22회 농촌청소년대상'에서 충남에서는 처음으로 대통령상 대상을 수상했다.

해산어류양식계가 물량적체와 수입물 급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전복양식 역시 이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안정적인 판로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 이씨.

"내일 제 모습이 어떨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오늘보다 더 나은 모습으로 존재한다고 믿기에 최선을 다할 뿐"이라는 이씨의 머리 위로 붉은 놀이 전복양식계의 젊은 피 수혈을 예고하며 겨울 저녁을 수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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