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글, 임용운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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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부 帝王 無恥
이상한 所聞(32)

"무어요? 아니, 내가 언제 누이동생의 손을 잡았더란 말씀이오?"

"언젠가 문성정(文城正=正은 종친의 정삼품 품계)의 부인이 시댁에서 뛰쳐나와 친정에 와 있을 때 대감께서 손을 잡고 등을 다독거리면서 달래고 타이르시는 것을 내 눈으로 보고 내 귀로 들었는데 그런 일이 없었습니까?"

임숭재는 말문이 막혔다.

그런 일이 있었다.

임숭재의 누이동생 임씨는 종실 문성정 이상(李湘)에게 출가하였으나 남편이 코흘리개인 데다 시어머니 최씨와의 불화(不和)로 한때 친정으로 도망쳐 온 일이 있었다. 그때 임숭재가 누이동생 임씨의 손을 잡고 달래고 어르는 것을 휘숙옹주가 본 일이 있었던 것이다.

"남매간에 서로 손 좀 잡는 것이 뭐가 그리 큰일입니까? 그래, 대감께서는 누이동생의 손을 잡았을 때 기분이 어떠하십니까? 화끈합디까? 짜릿합디까?"

휘숙옹주는 좋은 시빗거리가 생긴 듯이 느물느물 야유를 하였다.

"허허, 내가 옹주마마께 말 한마디 잘못해 가지고 본전도 못 건지겠구려. 내가 질투를 느낀 것은 의처증 때문이 아니라 전하의 우렁이 속 같은 내심에 의혹을 품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소."

임숭재는 언쟁을 벌여 보았자 승산이 없다고 느꼈던지 슬그머니 변명을 하였다.

"전하의 우렁이 속 같은 내심이라니, 그건 또 무슨 고약한 말씀이십니까, 대감?"

"고려 왕실의 근친혼과 근친간의 사례를 상고하여 아뢰라는 어명을 받고 내 옹주마마께 말씀드린 적이 있지 않았소? 도대체 어느 근친의 여인을 의중에 두셨기에 그런 해괴한 고사를 알려고 하시는지 혹시 다른 사람 아닌 옹주마마를 의중에 두고 계시는 거나 아닌지 모르겠다고 농담삼아 이야기한 적이 있지 않았소?"

"그러셨지요. 그래서요?"

"헌데, 오늘 주석의 화제도 화제려니와 전하께서 넌지시 옹주마마의 손을 잡으시고 점잖치 못한 태도를 보이시고 또 옹주마마는 시대가 다르고 나라가 바뀌어도 임금에게는 친누이나 사촌누이나 고모나 숙모가 모두 여인일 뿐이라는 교언(嬌言)을 농(弄)하지 않으셨소? 만일에 전하께서 나보고 옹주마마를 빌리라는 분부를 하신다면 나는 어찌해야 좋겠소?"

"망측해라! 얄궂어라! 남의 계집은 유부녀든 과부든 처녀든 가리지 않고 상감마마께 바치시면서 마누라는 잠시 빌리는 것도 싫으신 모양이구려, 아이, 재밌어."

휘숙옹주는 킬킬거리며 상체를 일으켜 등잔불을 불어 꺼 버리고 다시 이불 속으로 기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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