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글, 임용운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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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부 帝王 無恥
이상한 所聞(34)

"오, 동궁아! 너의 건강하고 대견한 모습을 보니 이 아버지의 마음이 한량없이 기쁘구나."

왕은 어가 위에서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흡족한 듯이 세자와 그 옆에 서 있는 박씨를 번갈아 보았다.

"전하, 날씨도 궂은데 누지에 어려운 거동을 하오시니 문전의 영광이오이다."

"하하하, 큰어머님께서는 별 말씀을 다하시오."

잠시 지체하던 어가는 활짝 열린 솟을대문 안으로 들어갔다.

어가를 호위하고 온 금군 행렬 뒤에는 악관(樂官)과 기생들이 따라오고 있었다.

왕이 친림한 승평부부인 박씨 집은 온통 축제 분위기로 들썩들썩하였다.

특히 노비들은 주육(酒肉)을 실컷 얻어먹고 재인(才人)들의 연희(演戱)를 구경할 일이 무엇보다 즐거운 것이었다. 재인들의 연희장(演戱場)으로 쓰일 대청 앞뜰에 모래를 깔고 차일을 치면서 콧노래와 흥타령을 부르던 노복들은 느닷없이 쏟아지는 비를 원망하면서 뿔뿔이 흩어져 처마 밑으로 피하였다.

비구름이 걷히고 푸른 하늘이 보인 것도 잠깐뿐 심술을 부리듯이 비가 또 퍼붓기 시작하였다.

왕은 세자와 큰어머니 박씨와 함께 대청 옆 정침(正寢)에서 큰 상이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허, 하늘도 무심하시군. 오늘같이 즐거운 날 비 좀 거두시면 어떤고."

비가 쏟아지는 밖을 내다보면서 왕이 원망스런 듯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래도 상감마마께서 거동하실 동안만이라도 비가 그쳤으니 다행이옵니다."

박씨가 말하였다.

"그렇긴 하오. 그런데 오늘 잔치에 재인들을 불러 여러 가지 재미있고 아슬아슬한 익살과 재주를 보여드리려고 하였는데, 비가 와서 망쳤소. 미안해서 어찌하오."

"미안하시다니 당치 않으신 말씀이옵니다. 궁중 나례(儺禮) 때 대비마마 모시고 재인들의 연희 많이 구경했사옵니다. 연전(年前)에는 나례를 이리로 보내주신 일까지 있사온데 무엇이 미안하다 하시옵니까."

아닌 게 아니라 왕은 박씨를 즐겁게 해 주기 위해서 연전에 궁중에서만 행하는 나례를 박씨 집에서 실연(實演)을 하도록 배려한 일까지 있었다.

"아바마마, 소자도 그때 나례 구경을 하였사옵니다. 붉은 옷에 검은 치마를 입고 황금 눈이 네 개 달린 방상시(方相氏)가 수레를 타고 달리는 모양이 아주 재미있었사옵니다. 한번 더 보고 싶사옵니다."

세자 황이 얽은 얼굴에 큰 눈을 깜박거리며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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