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김종필 총재가 16대 대선에서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당선됨에 따라 재기에 적극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향후 정치적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 총재는 선거 다음날인 20일 주요 당직자 간담회를 열고 "노 후보 당선으로 우리 나라도 보수와 혁신의 세력으로 구분되는 정치구도가 시작됐다"며 "이런 구도하에서 당의 방향과 진로에 대해 신중히 생각해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총재는 이번 대선에서 중립의사를 밝혀 민주당 노 후보 당선에 적잖은 영향을 끼치는 등 자리를 지킨 것을 발판으로 보수세력 결집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이는 한편 보수의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는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대선을 통해 한나라당이 충청권 맹주자리를 굳히지 못한 것과 관련, 김 총재는 다시 한번 충청권을 기반으로 의원영입에 적극 나서거나, 한나라당으로부터 이탈된 세력의 '이삭줍기'를 통해 외연확대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자민련과 같은 보수색채를 지닌 한나라당이 구심점을 잃게됨에 따라 이후 정계개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보·혁 구도 하에서 거중조정 역할을 담당하는 자민련의 입지를 구축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부적으로도 김 총재에게 유리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당내 친한파 의원들이 대선 이후 자민련에 잔류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조성된 것은 물론 대선 막바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지지한 이인제 총재권한대행의 정치적 판단이 빗나감으로써 이 대행을 자신의 영향력 하에 묶어둘 수 있다는 점도 김 총재에게 유리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김 총재의 정치적 재기가 성공을 거둘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번 대선을 통해 낡은 정치로 대변되는 '3김 시대'의 기반이 확실히 무너졌고, 자민련은 보수 이미지와 함께 수구의 이미지도 갖고 있다는 점이 김 총재의 활로를 가로막는 장애로 지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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