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글, 임용운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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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3부 帝王 無恥
이상한 所聞(36)

황혼녘처럼 사위가 캄캄해지면서 밖에서는 비가 주룩주룩 쏟아지고 있었다.

"전하, 비가 저렇게 많이 내리니 환궁하실 일이 큰 걱정이옵니다."

"큰어님께서는 저 빗속으로 나를 내쫓으려 하시오?"

"아이구, 황공하옵니다. 그런 뜻으로 아뢴 것이 아니옵니다, 전하."

"하하하…. 설마 저 빗속으로 내쫓지는 않으실 테지요. 하룻밤 재워주시지 않는다면 여기 이대로 앉아서 밤샘을 하리다."

"아, 아니옵니다. 비 때문에 환궁을 못하시면 아무리 누추해도 하룻밤 유숙을 하셔야지 어찌하실 것이옵니까."

"내가 유숙할 만한 방이 있습니까?"

"안사랑을 치우면 될 것이오나 대내(大內)의 지밀(至密)과 같이 편안히 침수(寢睡)드시기는 어려울 것이오니 이것이 황공한 노릇이옵니다."

"사냥 다니면서 외지(外地)에서 이틀 사흘씩 자고 온 일도 있는데 궁내와 같은 저택(邸宅)에서 하룻밤 못 잘 것 없지요. 금군(禁軍)으로 엄중히 경계하게 하면 걱정할 것이 없습니다."

"그러시면 잔치 파한 후에도 비가 그치지 않고 쏟아지면 안사랑에 침수 듭시도록 기수(이부자리)를 배설하도록 하겠나이다."

박씨는 연석(宴席)을 잠시 떴다.

일찍이 지아비 월산대군을 사별하고 불도(佛道)에 뜻을 두고 여승이 되다시피 수절을 해 온 박씨가 거처하는 안방과 안사랑이 있는 내정(內庭)은 몇몇 노복이 안중문을 통해 들락거릴 수 있을 뿐 사실상 금남(禁男)의 구역이었다.

박씨는 계집종을 데리고 안사랑으로 들어가 병풍을 두 겹으로 치게 하고 아직 한번도 사용한 일이 없는 새 비단이불을 갖다 깔게 하였다. 그리고 밖으로 나와서는 아궁이에 군불을 지피게 하였다.

왕에게 편안하고 쾌적한 잠자리를 제공하기 위한 배려였는데, 그곳이 이상한 소문의 진원(震源)이 될 줄을 어찌 알았으랴.

왕은 진탕 마시고 대취하였다.

대청에서 기생 광한선이 자지러지는 음곡에 맞추어 선정적인 춤을 출 적에 왕은 취흥을 이기지 못하여 벌떡 일어서서 대청으로 나아가 흐느적흐느적 몸을 흔들며 난무(亂舞)를 추었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쓰러질 듯 흐느적거리며 춤을 추는 모습이 위태로워 보였다.

해금(奚琴)을 잘 타고 춤 잘 추고 인물 빼어나서 전부터 왕이 눈독을 들이고 있던 광한선의 선정적인 춤이 왕의 음흥(淫興)을 충동하였다.

왕이 내시 김자원의 부액을 받고 자리로 돌아와 앉자 광한선이 어전에서 큰절을 올렸다.

"어허, 별안간 웬 절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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