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액체추진과학로켓 발사성공과 의미

"10·9·8… 발사" 시꺼먼 구름이 차 있던 하늘이 열렸다.

"꾸아앙…"하는 무거운 폭음이 지축을 흔들고 거대한 붉은 연기 기둥이 지상을 가득 메웠다. 순간 '액체추진 과학로켓(KSR-Ⅲ)'이 장엄한 불기둥을 내뿜으며 치솟아 올랐다.

구름이 뒤덮어 어두운 하늘의 발사장은 이내 눈이 부실 정도로 작렬하는 불기둥으로 환해졌다. 귀를 찌를 듯한 굉음도 순식간에 하늘로 사라졌다.

"와!"하는 탄성과 함께 가슴 졸이며 발사를 지켜보던 30여명의 항공우주연구원(KARI)의 연구원들은 동시에 흥분의 도가니에 빠졌다.

지난달 28일 서해안의 발사 시험장에선 KSR-Ⅲ 발사의 실무책임자 조광래 우주발사체 연구부장을 비롯, 개발에 참여한 모든 이들이 서로 껴안고 감격의 포옹을 나눴다.

이날 KSR-Ⅲ는 총 231.44초 동안 고도 42.7㎞에 올라 79㎞를 비행한 후 목표지점인 서해안 해상에 떨어졌다.

KARI측은 "설계된 성능규격에 비해 고도는 약 0.7㎞, 낙하점 위치는 약 5.3㎞ 정도의 오차가 발생했지만, 이는 설계 당시 고려한 허용 오차값의 1/3 미만에 불과한 것"이라며 "추진기관과 유도제어시스템이 거의 완벽하게 작동한 성공적인 발사"라고 설명했다.

이날 국내 독자기술로 개발한 액체추진과학로켓의 시험발사 성공이 있기까지 KSR-Ⅲ연구진들은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했다.

구름이 많이 낀 기상상태는 발사순간까지 관계자들의 마음을 졸이게 했다. KSR-Ⅲ는 당초 11월 27일 발사예정이었지만 26일 저녁부터 발사장이 있는 서해안에 폭풍주의보가 발령하는 바람에 발사일을 하루 연기해야 했다.

27일 밤부터 기상조건이 완화되면서 KARI측은 발사준비를 서둘렀다. 발사가능성이 높아지긴 했으나 거대한 구름떼로 인해 풍속마저 빨라 너나없이 긴장하는 모습이었다.

더욱이 발사 5분 전 낙하지점에 외국 상선이 들어와 10분 정도 대기해야 했을 때 준비한 긴장감도 점차 최고 수위로 치달았다.

5년여의 노력이 결실을 맺은 이날 발사장에서 고단한 행군을 마치고 돌아 온 KSR-Ⅲ의 연구진들은 커다란 자부심과 함께 2015년 우리 나라의 세계 10위권 선진우주국에 진입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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