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저미게 하는 진정성 있나
국민 모두 공감대 확보가 관건
정책의 실효성에 명운 걸어야

추석 전날 이명박 대통령이 흘린 눈물이 아직까지도 시중의 화제다. KBS TV 토크 쇼 프로그램에서다. 이 대통령은 "(어머니가) 너무 일찍 돌아가셨다. 내가 새 옷을 한 벌 사드린다고 약속했는데 그걸 지킬 기회가 없어 늘 가슴이 아팠다"라며 흐느꼈다. 나이 지긋한 사람일수록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은 더 큰 무게로 가슴을 저미게 한다. 대통령이라고 해도 어쩔 수가 없나 보다. 눈물 흘리는 대통령, 인간적인 그 모습에 콧등이 찡했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어머니 얘기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주제일 터인데도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는 것 같다. 방송 기획의도의 순수성 논란과 맞물려서 그러하다. 대통령의 일상을 너무 미화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결국 친서민 정책에 대한 진정성 문제로 이어진다. 시청자 의견란에는 "아니, 추석물가가 얼마나 올랐는데 대통령이란 분께서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고 하니 기가 막혔다"면서 개탄하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한 국민의 눈매가 갈수록 날카롭다. 곧잘 구설수에 휩싸이기도 한다. 수해를 입은 한 주부에게 "기왕 (이렇게) 된 거니까 (마음을) 편안하게"라고 위로한 대통령, 침수피해가 막대한데도 한강을 보면서 "환상이었다"고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던 이재호 특임장관의 입장이 서로 닮았다. "대통령의 발언 치고는 너무 가볍다" "수해를 예방하지 못한 국정책임자로서 너무 무책임하다"는 네티즌들의 비판에 일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최고 권력자를 소재로 삼은 영화가 적지 않은 이유를 알만하다. 대통령의 가족사를 다룬 영화 '체이싱 리버티'와 '퍼스트 도터', 그리고 '피아노 치는 대통령' 모두 그러하다. 대통령의 소박하고도 진실된 삶의 모습을 제대로 국민들에게 전달할 수만 있다면 대박을 터트릴 수 있다. 세상사란 그런 것이다. 인간적인 면모를 보는 눈은 맑고 감동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눈물은 16대 대통령 선거홍보 영상으로 성공을 거둔 케이스다. 그의 손에 들려 있는 기타, 눈물 젖은 그의 눈망울이 아직도 생생하다. 강인하면서도 서민적인, 그래서 너무나 인간적인 스토리가 주는 메시지가 예사롭지 않았었다. 물론 정치에서 감성적인 이미지 전략은 참으로 중요하다. 정치판에서 깜짝쇼가 벌어지는 게 낯설지 않을 정도가 됐다. 인간사회의 희로애락을 적절하게 포괄하는 이벤트, 마케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천안함 피격 사태 이후 대국민 연설 도중 눈물을 훔치는 이 대통령을 보고 상반된 논란이 일었다. 유족 입장에서 보면 통탄스럽고 원통하기 그지없는 일이다. 이를 너무나 알고 있는 대통령으로선 심정이 어떠할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렇게 국민의 처지를 잘 이해해주는 대통령을 탓할 수만은 없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대통령이 국민 앞에서 너무 자주 눈물을 보인다는 건 생각해볼 문제다.

현 정부의 '공정사회론' 역시 구호 선점 효과를 톡톡히 본 경우에 해당한다. 이 대통령이 숱한 악재에도 불구하고 40% 후반대의 지지도를 받고 있는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정권과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주제를 들고 나와 호응을 얻었다. 앞서 나온 친서민 정책, 중도 실용정책이라는 개념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정치란 타이밍의 예술이라고 했듯이 절묘하게도 시간의 흐름에 올라탔다고 볼 수 있겠다.

오히려 야권이 국정 아젠다를 뺏겼다고 울상을 짓고 있는 처지다. 'MB 브랜드'로 분류할 수 있는 굵직한 정책을 연말까지 발표할 것이라고 한다. 우리 사회를 공정한 수준으로 업그레이드 시키자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문제는 국민의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이어야 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국정 아젠다에 걸맞은 정책의 지속성과 실효성에 그 명운을 걸어야 국민을 감동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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