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지방 선거 분위기가 좀체 뜰 줄 모른다. '천안함 사건'이라는 대형 국정이슈에 묻혀 있는 탓도 있지만 구태에 찌든 정치권 역시 정치불신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예비후보들의 막판 탈당, 당적 갈아타기 등 갖가지 묘기가 동원되고 있다. 정당공천 개혁 의지는 찾을 수가 없다. 지방선거에서 중앙정치권의 뒤틀린 입김만이 설치는 현상은 지방의 미래를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다.

'이기기 위해서라면' 원칙이나 기준 따위는 헌신짝처럼 버려도 좋다는 게 정치권의 기본 생리로 읽힌다. 공정한 게임의 룰이 눈에 들어올 리 만무하다. 현직 군수가 비리혐의로 구속 수감되자 겉핥기기식 공천에 대해 속죄하는 의미로 공천자를 내지 않겠다던 종전 방침을 뒤집은 것도 여당이었다. 타당 공천자를 빼내서 자기당 후보로 내세우는 행태도 서슴지 않는다. 그래서 여당 일각에서 '난행(亂行) 공천'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게 아닌가.

이와는 반대로 공천에 불복, 무소속 출마·당적변경을 일삼는 행태도 벌어지고 있다. 정치적인 신념이나 철학을 따질 계제가 아닌 모양이다. 관권 선거 시비도 그치지 않는다. 도대체 어느 나라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지 혼란스럽다. 시대착오적인 발상으로부터 깨어나지 못하는 세태 앞에서 실망감을 토로하는 유권자들이 적지 않다. 이러다가는 자칫 정치권 그들만의 행사로 전락하지 않을까하는 우려에서다.

여기에서 유권자들의 정치혐오 풍조는 가장 경계해야 할 요인이다. 어쩌면 기득권에 안주하려는 세력일수록 정치적인 무관심을 부추기는지도 모를 일이다. 투표율 50%를 밑돌 수도 있다. 예삿일이 아니다. 전체 주민의 몇% 지지표만으로도 당선되는 모순이 발생한다. '반쪽 대표성' 논란이 나오는 배경이다. 지방자치의 위기, 민주주의의 위기를 걱정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풀뿌리 민주주의 뜻을 되새겨 보면, 주민들의 역할이 범상치 않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지방자치란 주민 스스로의 '자율과 책임'을 토대로 주민 복리, 삶의 질을 결정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자신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그 첫 걸음은 지역의 일꾼을 올바로 뽑는 일이다. 자신의 투표권을 엄정하게 행사하지도 않고 지역공동체의 앞날을 따진다는 건 무책임한 일이다.

또 한가지, 빼놓을 수 없는 건 최적의 지역살림살이를 할 수 있도록 단체장과 의회간 권력구도를 잘 짜줘야 한다는 점이다. 견제 받지 않은 절대 권력은 쉽게 부패하거나 무능해지는 까닭이다. 단체장의 막강한 권한 행사 또한 마찬가지다. 단체장과 의회 권력 모두 특정정당이 싹쓸이 할 경우 거기에 감시기능이 제때 작동될 수가 없다. 대를 이어 유지돼온 특정 정당의 지방권력 독점현상은 결국 토착비리의 온상 역할을 해왔다는 지적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주민 인식이 종전보다는 크게 개선됐다는 건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기상천외한 수법으로 비리를 저지른 끝에 구속 수감되는 사태 앞에서 해당 지역민의 자존심도 여지없이 짓밟혔다. 이젠 단체장을 잘 뽑는 일은 지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일로까지 여겨지게 됐다. 그만큼 지역 일꾼을 잘 선출하는 건 지역의 미래와도 직결된 문제로 공감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제 후보등록(13~14일)에 이어 20일부터 13일간의 공식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한다.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선거구도나 흐름이 설정되건 지방선거 본래 의미를 잊어선 안된다. 이번 선거엔 광역·기초 단체장, 광역·기초의원·비례대표의원에다 교육감과 교육의원을 동시에 뽑는다. 지역의 핵심 일꾼 8명을 한꺼번에 뽑는다. 자칫 '묻지마 투표'로 이어질 수도 있다. 후보공약과 인물검증을 꼼꼼히 따진 후 투표에 적극 임하는 자세가 참으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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