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오열 속에 구조는 뒷걸음
위기 대응능력 미흡 의혹 키워
집권 3년차 증후군 경계강화를

지난 26일 밤 서해 백령도 해상에서 발생한 해군 초계함 천안호 침몰사건으로 온 국민이 충격과 비탄 속에 빠져들었다. 실종 병사 46명을 신속하게 구조해달라며 오열하는 가족들의 모습이 가슴을 저미게 한다. 1분 1초를 다투는 절박한 순간이다. 사고 해역 사정이 여의치 않은 탓이라지만 손 놓고 바라봐야만 하는 가족들의 심정은 바짝바짝 타들어 간다.

위기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지난날 대형 참사가 그랬듯이 위기대응 미흡에 따른 사회적인 비용은 상상을 초월한다. 인적인 손실은 그 무엇으로도 견줄 수가 없다. 곳곳에 널려 있는 위험요소를 어느 하나라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 경우 엄청난 화를 부른다. 성수대교가 붕괴한 것도, 삼풍백화점이 맥없이 주저앉은 것도 그랬었다. 2007년 12월 7일 태안군 만리포 북서방 5마일 해상에서 발생한 사상 최악의 원유 유출 사고에서도 이와 같은 이치를 확인할 수 있다. 유조선과 해상크레인을 적재한 부선의 충돌이 빚은 어처구니없는 인재(人災)로 기록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고가 군 작전 수행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원인규명 단계로부터 사고 발생 후 대응책 검증 및 구조작업에 이르기까지 간과해서는 안 될 요인들이 적지 않다. 고도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위기상황 역시 서로 다른 요인과 얽히게 마련이다. 자연적 재난, 인위적 재난, 사회적 재난 유형이 서로 작용하는 케이스가 다반사다. 더구나 사고 해역인 백령도를 비롯해 서해 5도는 사실상 군사적인 분쟁지역으로 인식되고 있다. 세계가 그 처리 과정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이유다. 어느 때보다도 위기관리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절실함을 일깨워 준다.

정부가 사고 직후 비상대기 태세를 유지하면서 사고 원인 파악과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잇따라 소집, 사고해역 수색 경과와 실종자 구명대책 등을 논의하고 있으나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음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정부로서도 난감한 일임에 틀림없다. 불가항력적인 일이라고 치부할 수도 없는 일이기에 정부의 시름도 깊어만 간다.

정부는 사고 원인에 대해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하되 섣불리 예단해선 안된다"며 "철저하게 조사하고 한 점의 의혹이 생기지 않도록 다 공개하라"고 강조했다. 생존자 구조가 중요하다는 것도 맞는 말이다. 그러나 해군의 초동대응이 잘됐다는 평가는 너무 이른 감이 있다. 눈물로 날을 지새우고 있는 희생자 가족들의 분위기를 너무 모르고 하는 말이다. 민간 다이버를 고용해서라도 실종자를 찾겠다는 이들 가족들을 누가 탓할 수 있을 것인가.

사고발생 3일이 지나도록 납득할만한 사고원인 규명이 이뤄지지 않는 가운데 갖가지 유언비어마저 나돌고 있다. '폭발음이 난 직후 배가 두동강 났고 순식간에 침몰했다'는 함장의 증언을 놓고 구구한 억측이 나오고 있다. 강력한 폭발에 의한 것이라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지만 그 원인에 대해선 다양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사건 직전까지 북한의 특이 동향이 포착되지도 않았다는 점을 들어 북한의 공격에 의한 폭발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렇다고 내부 요인에 의한 사고라는 결론을 내리거나 유실 기뢰에 의한 사고라는 확증도 없다. 그러니 다양한 '음모론'이 밑도 끝도 없이 나돈다. 정부의 신속하고 성의 있는 해명이 나오지 않는 한 혼란상이 깊어갈 조짐을 보인다. 사태 수습 및 대처 능력 역시 정부의 위기관리의 수준에 속한다. 그렇지 않아도 집권 3년차 증후군에 대한 경계심이 점증되고 있다는 점을 놓쳐선 안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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