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고문

#1. 1972년 6월18일. 워싱턴 포스트 1면 한켠에 '민주당 사무실 도청 기도 5명 체포'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2년 뒤 당시 닉슨 대통령의 사임을 몰고 온 '워터게이트 사건'의 첫 보도는 그랬다. 비밀공작반이 닉슨 대통령 재선을 위해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 사무실에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됐다. 워싱턴 포스트의 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타인이라는 젊은 두 기자의 끈질긴 탐사보도를 이끌어 낸 건 내부고발자(Deep Throat)의 용기에 힘입은 바 크다. 사건 발생 30여년이 지난 뒤에야 딥 쓰로트는 당시 연방수사국(FBI) 부국장이었던 윌리엄 마크 펠트로 밝혀졌다.

#2. 지난해 12월 3일 새벽 서울동부교육청 여성 장학사 고모(49)씨가 서울시내 대로에서 서울시교육청 본청 장학사 임모(50)씨를 하이힐로 때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인근 술집에서 술을 먹고 싸우던 이들은 밖에 나와서도 다투다가 경찰에 끌려갔고, 여성 장학사 고씨는 경찰서에서 자신이 "임 장학사에게 2000만원을 주고 장학사 시험을 통과했다"고 폭로했다. 다른 장학사도 그에게 1000만원을 줬다고 진술했다. 이는 장학사 등 요직을 둘러싼 매관매직(賣官賣職)의 실체와 함께 교육계 전반에 걸친 비리의 심각성을 알리는 경고음이었다.

이 두 사건의 공통점은 자칫 단순 사건으로 덮어 질수도 있었다는 점을 들 수 있겠다. 워터게이트 사건이 당국의 발표대로만 보도했더라면 좀도둑 사건으로 묻혔을 것이고, 하이힐 사건 역시 당사자의 폭로가 없었더라면 단순 폭행사건으로만 처리됐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사가 그리 만만한 것은 아니다. 비밀이란 생태적으로 그 동기가 불순한 것이라면 음습한 곳에서 더 이상 머물기를 거부한다.

요즘 교육계가 비리의 온상인양 뭇매를 맞고 있는 것도 그와 같은 이치에서다. '장천감오백(교장이 되려면 1000만원, 교감이 되려면 500만원이 필요하다)'이라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 시설공사 및 납품비리, 자율형 사립고 부정입학 등 종합비리백화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방과후학교 강사들에게서 돈을 받은 혐의로 조사를 받던 경기도 부천의 한 교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발생해 충격을 안겨주었다.

고질적인 관행 속에서 조직적으로 교육비리가 저질러진 정황도 포착됐다. 당선 무효형으로 물러난 공정택 전 서울시 교육감의 연루혐의가 드러날 것인지 주목되고 있다. 끼리끼리 파벌주의식 봐주기 행태가 낳은 폐해로 지적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업자들에게 돈을 더 얹어 달라는 일부 교장들의 막가파 행태에 분노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온다. 자정능력을 상실한 채 비틀거리는 교육계의 몰골이 처연하기만 하다.

바람이 불때마다 숲에서 "임금 귀는 당나귀 같다"고 외치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당나귀 귀는 거짓과 악행의 상징적인 표현이다. 그게 영원히 감춰지리라고 믿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결국 교육계 불신은 교육파탄으로 이어질 게 자명하다. 교육계가 국민들의 관심으로부터 벗어나는 걸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급기야 이명박 대통령까지 나서서 교육비리 척결을 강조한데 이어, 검찰도 적극적인 수사 의지를 밝혔다. 서울시교육청도 자체적으로 반부패 청렴 종합대책을 발표했지만 그간 대책을 되풀이하는 데 불과해 근원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본청 장학관의 절반을 물갈이하는 쇄신인사도 단행했다.

교육계의 비리는 서울만이 아닌 전국의 문제로 인식되고 있는 것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교육계 전체를 토착비리의 집단인 것처럼 싸잡아서 매도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오히려 건강하고도 미래지향적인 교육환경 조성에 매진하고 있는 교육가족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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