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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진 가락에 장단맞춰 내고…달고…맺고…풀며…

농부의 한 배인 소리 십리를 넘네

道지정 무형문화재 금산 물페기농요

배고픔과 힘든 노동의 설움도 잠시.마음 한 구석에 똬리를 틀고 있던 한이 처연한 목청을 타고 산 넘어 십리 밖으로 울려 퍼진다.

무주군과 경계지점에서 발원한 현내천(마을사람들은 이를 「그렁」이라고부른다)이 금산군 부리면 평촌리, 물페기농요를 낳고 평촌들녘을 가로질러 금강 본류로 흘러든다.

물페기농요가 아직도 전승되고 있는지역은 원래 마을 이름이 물페기(水村)인 부리면 평촌2리다.물페기마을을 중심으로 오랜 세월 동안 마을사람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진 물페기농요는 두레농사 철에 농부가 부르던 구전농요다.

금산 물페기농요는 농사의 처음에 끝까지의 과정,모를 심거나 논을 맬 때부르는 들노래로 마을의 결속은 물론 농사의 협동심을 기르는 기능도 갖고있다.

농부들이 장단을 맞춰 내고 달고 맺고 풀며 이 노래를 부를 때면 처연하면서도 유장한 소리는 산을 넘어 멀리 십리밖에 까지 흥을 전달한다.

구성진 가락을 타고 목청 밖으로 흘러나오는 물페기농요는 농부들의 논농사에 대한 애착이 담겨 있다.

꽃봉우리 죽은 넋이라 노랫말 속에는 논농사에 대한 농부들의 단절되지않는 간절한 염원이 묻어 있다. 또 재생과 부활의 의지를 담아 끊임없이 지속되는 생명의 소리가 소리가락에 배어있다.

물폐기농요는 기층음악언어로 구분할 때 메나리 토리에 속한다. 메나리토리는 정선아리아계열로 함경도와 강원도, 경상도 산악지역에 전승되는 구슬픈 소리다. 일은 많고 일손이 딸리는 여름날,농부들이 정말 허리가 휘어 반달만큼 남았다고 소리하면서도 물페기농요를 부르는 것은 마음한 구석에 움츠리고 있는 한을 토해내면서 스스로를 안위할수 있기 때문이다.

산을 넘어 십리 밖에까지 들리는 물페기농요 소리는 노동이 힘들다는 사실도 잠시 잊게 하고, 노랫소리를 듣노라면 저절로 흥에 겨우 시간의 흐름을 잃어버린다. 물페기농요는 모심는 소리와 논매는 소리가 주종을 이룬다.

논매는 소리에는 호미로 논을 맬 때의 「얼카산이야」와 손으로 맬 때 재벌매는 소리(삼장소리), 방애소리 내지는 쌈싸는 소리가 았다. 마을사람들이 힘쓰는 소리라고 부르는 「알카산이야」는 잦은 얼카덩어리의 금산형으로, 금산군과 옛 대덕군에서 주로 불리워진다.

금산군 이웃에 있는 영동군, 옥천군의 잘하네 類의 논매는 소리가 금산으로 오면 충남 서부를 본고장으로 하는 얼카덩어리의 영향으로 「잘하네 잘하네 얼카산이가 잘하네」라는 변형이 나오게 된다. 이 변형은 금산, 논산, 공주, 옛 대덕군 지역에서 불리는데 얼카산이야 곡은 여기에서 유래하는 잦은 소리에 해당한다.

재벌매기의 선율은 뜻 없는 긴 입말로 된 유창한 받음선율을 가지고 있는 점이 그 특징이다. 또 메김선율의 서주부와 의미부 끝부분이 유장함에 비해의미부의 중심부분은 경쾌한 선율로 대조를 이룬다.

금산 물페기농요 소리가 세상 밖으로 울려 퍼진 것은 지난 88년 금산문화원안용산사무국장의 노력의결실이다. 당시에는 민요니 민속이라는 개념이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못하던 시절, 안국장은 금산지역 민속과 민요를 조사하던 중 부리면 평촌리에서 물페기농요를 처음 접하게 된다. 당시 물페기농요는 노래라기 보다는 그저 마을 사람들이 한자리에?모여 술을 마시면서 삶을 한탄하는 신세타령에 불과했다.

물페기농요는 지난 90년 첫 시연을 보였으며 91년에는 전남 여수에서 열린 제32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국무총리상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그 이듬해 8월,물페기농요는 노래의고유성을 인정받아 충남도지정 무형문화재 제16호로지정됐다.

물페기농요 기능보유자는 평촌리의 양승환씨(71)고 준기능보유자는 길준수씨(68)다.이들은 어린시절부터 마을 어른들의 농사일을 도우며 어른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소리르 듣고 배웠다고 전한다. 이제 물페기농요를 제대로 부를 수 있는 사람은 10여명 안팎에 불과하다. 더욱이 이들도 대부분 70성상을 바라보는 나이로,물페기농요를 체계적으로 배우는 이들이 적어 앞으로 맥이을 일이 걱정이다. 다행히 물페기농요를 배우기 위해 충남대 민요연구반 탈춤반 학생들이 방학을 이용해 찾아주고 있어 한시름 놓는다.

물페기농요 보존회는 충남대생외에 부리면 현내초등학교4-6학생을대상으로 농요를 전수하고 있다. 양승환씨와 길준수씨는 「힘든 농사일 하면서 자연스럽게 어울어졌던 소리가 이제 기계화의 흐름 속에 우리들 곁에서 점차 멀어져가고 있다」고 못내아쉬워하며 「시대의 흐름을 어찌 막을수 있겠는가만은 소중한 것들이 우리들 곁을 떠나는 모습은?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라며 마음을 가누지 못한다. <吉基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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