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끝자락서 여한없는 사랑

"개봉만 할 수 있다면 죽어도 좋다"던 ㈜메이필름의 화제작 '죽어도 좋아(Too Young to Die)'(감독 박진표)가 드디어 오늘(6일) 개봉한다.

등급 심의 전부터 아예 상영불가 판정이 내려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던 이 영화는 정작 칸영화제 비평가주간 공식 초청, 프랑스 리베라시옹 등 해외 일간지의 화제성과 작품성에 대한 호평이 이어진 뒤 지난 10월 우여곡절 끝에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만장일치로 18세 이상 관람가 판정을 받고 무삭제 개봉에 이른 작품이다.

이 영화의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극화한 것이며 실존인물들이 직접 연기한 것이라는 점에서도 관심을 모아왔다.

특히 젊은층의 사랑을 다룬 영화 일색인 충무로 영화시장에서, 너무나 낯선 70대 노인부부의 성과 사랑을 진솔하고도 열정적으로 그렸다는 점은 노인 인구 비율이 7%대(2000년 기준)에 이르면서 선진국형 노령화 사회로 이동하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본격 '실버영화'의 신호탄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얼마남지 않은 생의 언저리에서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는 사랑의 순간을 표현하고 싶었다"는 감독의 변처럼, 노부부들도 늙어가는 삶의 조각들을 반추해가며 그저 서글프게만 살아갈 게 아니라 '여전히' 살아 있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성과 사랑)를 체험할 사생활권을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 같다.

◆줄거리

첫번째 아내를 잃은 뒤 외로운 일상이 전부였던 73세의 박치규 할아버지는 어느날 공원에 갔다가 우연히 자신의 이상형 이순례(71) 할머니를 만나게 된다. 박치규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향해 뜨거운 눈길을 보내게 되고 두 사람은 첫눈에 반한다.

불필요한 연애기간은 필요치 않다. 1분 1초가 아까운 그들은 바로 동거에 들어가는데, 경기민요 전수자 경력의 할머니는 장구 한 채와 작은 옷보따리만 달랑 들고 할아버지 집으로 들어간다.

냉수 한그릇 놓고 치른 결혼식. 신식촬영도 끝내고 드디어 '실버 신혼부부'가 탄생한다.

아침에 한 번, 저녁에 두 번. 이팔청춘보다 더 뜨거운 늦깎이 사랑. 이들의 결혼생활은 온통 열정적 사랑으로 가득하다. 성(섹스)따로, 사랑 따로, 결혼 따로의 문화가 만연돼 있는 현대사회에서 이들 부부의 모습은 성과 사랑과 결혼이 용해돼 하나의 성분으로 재생산된 공처럼 팡팡 튀어오른다.

"아들 하나만 낳아줘…", "그래 낳을 수 있음 낳아야지." 그들에게 있어서는, 늙어가는 것조차 죽음을 향한 발걸음이 아니라 새로운 생산과정이 되기도 한다.

◆제작노트

박 감독에 따르면 인천방송 PD로 특집 다큐멘터리 '사랑'을 제작하던 중 성동구 복지관 노인 경로잔치에서 박치규·이순예 커플을 처음 만나게 된 것이 이 영화제작의 단초가 됐다. 그는 '과연 노인들도 사랑에 대해서 젊은이들처럼 설렘과 열정을 가지고 있을까, 젊음이 다 식어버린 그들에게도 그런 감정이 남아 있을까'라는 의문에서 이 프로를 시작했으며 박·이 커플을 만난 뒤 우선 20분짜리 다큐로, 다시 67분짜리 영화로 탄생시켰다.

영화는 느리게 진행됐다. 마음만큼은 청춘이지만 현실적으로 장시간의 촬영을 견딜 수 없을 만큼의 체력을 가지지 못한 노부부여서 하루에 한 컷 찍기가 버거웠다고 한다.

특히 가장 예민한 장면일 수 있었던 베드신의 경우 할머니, 할아버지가 어느 정도 카메라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질 무렵 촬영에 들어갔는데 방안에 두 대의 카메라를 설치하고 모니터는 방문 바깥에 설치한 뒤 촬영했으며 장면을 미화하기 위한 어떤 장치도 쓰지 않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진솔한 노부부의 사랑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서였다는 것이 제작진의 설명이다.

그러나 아무런 장치나 의도없이 두 사람이 나누는 진솔하고 뜨거운 사랑을 문밖에서 모니터로 지켜보던 박 감독과 스태프들은 밀려오는 슬픔과 감동으로 눈물을 적시고 말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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