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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사 “실체는 있으나 기능은 없다”

노근리 사건등 진상규명 개입 안해… 美 직접나서

유엔군사령부가 나서야 할 일에 침묵을 지키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

북한이 유엔사를 통해 인도하던 「유엔군 유해」는 지난해부터 직접 미국측에 「미군 유해」를 인도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역시 지난해 불거진 노근리 양민학살사건에 대해서도 당연히 유엔사가 진상규명의 주체가 돼야 할 것이지만 미국이 진상규명에 나서고 있다.

이 두 가지 사례들은 유엔사가 실체는 있으나 기능은 정지된 상태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유엔사는 6.25전쟁 당시 북한군과 중공군에 맞서 16개 참전국으로 구성된 유엔군을?지휘했고?사령관은 지난 53년 7월 27일 체결된 정전협정 서명의 당사자였다.

전세계적으로 유일무이한 기구여서 별도로 「주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일필요가 없는 한반도에만 있는 독특한 기구이다. 정전협정 체결의 당사자로서 유엔사는 한반도 정전체제를 유지하는데 한 축을담당해옸다. 그러나 10여년 전부터 거의 활동상을 보여주지 못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의 관리자로서 인식될 정도로 위상이 격하돼 왔다.

정전협정 상의 군사정전위원회 본회의는 1990년대 초부터 북측의 거부로 열리지ㅣ못하고 있고 중립국감독위원회는 그보다 훨씬 앞서 1950년대 중반부터 기능 마비상태에 빠졌다.

유엔사가?맡은 북한군을 상대하는 유일한 창구 역할도 북·미 군부대간에 직접 접촉할 기회가 늘어나면서 수년 전부터 없어졌다.

6·25당시 사망한 「유엔군 유해」를 인수하는 일도 지난해 북·미 간에 직접거래가 이뤄짐으로써 이제는 그마저 종지부를 찍었다. 최근 「노근리 사건」은 종전 유엔사의 논리대로라면 유엔군이 저지른 민간인학살행위이기 때문에 당연히 유엔사가 진상규명 등 사후 처리에 나서야 했으나 일절이 사안에 개입하지 않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유엔사 창설을 주도했던 미국이 마치 앞장서서 유엔사를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이다. 6·25 전쟁 사망자 유해 반환이나 노근리 사건 등은 엄밀히 말해 유엔사 몫이지 미국이 할 일이 아니다.

유엔사의 역할에 한계를 느끼고 있는 미국이 지위 변경을 모색하고 있는 것 같다는 추정을 불러 일으키느대목이다. 반도 주변국과 북한과 접촉확대와 맞물려 유엔사의 기능 약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냉전구조 해체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유엔사의 지위변경이 임박했다는 관측도 무리는 아니다.

북한은 유엔사가 「단지 유엔의 모자를 쓴 미군」에 불과하다면서 1975년 유엔총회에서 유엔사 해체 결의안을 통과시키는 등 수십년 동안 끈질기게 해체를 요구해왔다.

유엔사가 미국과 직접 접촉을 방해하는 걸림돌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거의 반 세기 동안 한반도 냉정구조와 정전체제의 상징물처럼 존속해 왔던 유엔군사령부의 위상에 현저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다소 성급하긴 하지만 일부에서는 유엔사 해체가 시간문제에 불과하다고 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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