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문제는 충청 지역현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향후 미래정치권력 구도와도 직결된 이슈다. 벌써부터 설 민심이 어떻게 나올 건지 최대 관심사다. 세종시를 안고 있는 충청권으로선 무척 예민한 문제다. 어디에 서야 할 것인가? 전국이 충청권 민심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세종시 수정안을 둘러싼 각 정파 간의 갈등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이번 주에 입법예고 수순을 밟게 되면 '입법전쟁'도 본격화될 것이다. 세종시 수정안을 국회에 상정, 처리하기까지엔 적지 않은 파란이 예고돼 있다. 여야 간의 대립 못지않게 여당 내 친이-친박 계파 간의 갈등양상이 더욱 첨예하게 꼬여 있는 구도다.

적어도 세종시에 관한 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입장은 사뭇 단호하다. 그 속사정을 보면 여권 내의 권력다툼으로 비치고 있지만, 그 강도로만 보면 야당 대표로 착각할 정도다. 세종시 정국에서 야당의 입지가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못하는 요인과도 무관치 않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의 말을 종합해보면 확고하고도 간명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정부에 대하여 "'국민에게 한 약속을 지키라'는 말뜻을 못 알아듣는 것 같다"는 촉구성 발언도 나왔다. '신뢰'와 '약속'의 가치를 강조하는 화법이 핵심이다. 이달 들어서만 네 차례다.

엊그제는 자신의 집에서 가진 의원들과의 만남에서 "국가 지도자는 죽어도 그가 국민을 사랑하고 위하는 마음과 업적은 오래 남는다"고 강조했다. 세종시 원안 고수에 대한 그의 입장은 개인적인 신념을 넘어 정치적인 리더십에서 나온 것임을 거듭 확인한 셈이다. 박 전 대표는 이미 자신의 퇴로를 스스로 막아 버린 상황이다. 어떤 국면이 전개되더라도 그의 입장은 변함이 없을 것임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각인시키고 있다.

그런 국면에서 세종시 수정을 위한 법안 상정은 2월 국회에서는 어렵고, 빠르면 4월 국회에서나 논의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먼저 한나라당 당론 변경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친박계 의원(50~60명)들이 당론 변경 과정에서 조직적으로 불참 또는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 당내 합의가 안 된 상황에서 수정 입법안을 국회 상정할 경우 국회 논의·표결과정에서 부결될 게 뻔하다.

결국 법안 국회상정 절차는 국회에서 통과될 것이 확실시되는 여건에서만 꺼낼 수 있는 카드다. 충청민심이 호전되기를 기다리면서 당내 합의 환경이 성숙될 때까지 기다리는 전략이 구사될 것으로 보인다. 세종시 수정 문제는 서두르지 말고 긴 호흡을 갖고 가되 당당하고 의연하게 대처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그 기다리는 시기와 논의여건 조성에 따른 또 다른 변수는 없는가? 그건 전적으로 청와대의 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설 민심이 그 과정에서 한 몫을 할 것이다. 대규모 홍보전을 통한 여론지지를 유도하면서 친박계를 압박하려는 친이계의 구상에 대한 친박계의 반발도 여간 심한 게 아니다. 특히 충청권의 민심이 전반적으로 호의적이지 않는 데 대한 부담도 클 것이다. 상정 시기를 계속 미루는 국면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고 무작정 기다릴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자칫 이 문제를 잘못 다루다간 조기에 레임덕을 자초할 수도 있는 탓이다.

그래서 최악의 경우 수정안 포기를 선언하고 원안추진을 차기 정권으로 넘기는 상황도 배제하기 힘들다. 이래저래 세종시 문제는 오는 6월 2일 지방선거 정국 구도에서도 변수로 작용하게 돼 있다. 멀리는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도 그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소재다. '차기 보수정권을 다시 창출'해야 하고 '세종시 수정안도 관철'시켜야 하는 정부의 입장이 딱하기만 하다. 이 두가지 사안을 기술적으로 조합·조율하지 못한 게 여권의 한계다. 그 와중에서 충청인들의 역할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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