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계층에 대한 도움의 손길이 갈수록 뜸해져 각박한 세태를 반영해 주고 있다. 더욱이 관마저 형식적 내지는 생색내기식 불우이웃돕기 행정을 펼치고 있다니 안타깝다. 불우이웃돕기는 마음에서 우러나야지 마지못해 하는 도움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

대전시는 연말을 맞아 관내 노인·장애인 등 시설생활자 3636명과 노숙자 쉼터 생활자 90명, 기초생활수급자 7556명 등 모두 1만1392명을 대상으로 어려운 시민 위문을 계획하고 있다. 공직자들이 문화상품권, 의류, 고기 등을 갖고 직접 가정과 시설을 방문해 위문하고 월동기 생활실태 등을 점검한다니 좋은 취지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소외계층돕기에 소요되는 예산이 1억1400만원으로 수급자 1인당 8000원 꼴에 불과해 실질적인 혜택을 기대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나마 전국 광역자치단체 중에서 대전과 광주만이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니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IMF외환위기 이후 빈부격차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 결손가정이 증가하고 거리엔 노숙자들이 부쩍 늘었다. 100여명으로 추정되는 대전지역 노숙자들은 추운 날씨 속에 하루하루를 어렵게 지내고 있다. 교육부가 집계한 초·중·고등학교의 결식 학생수는 무려 19만명을 웃돈다. 한쪽에서는 언제 IMF가 있었느냐는 듯 흥청망청인데 지원대상 학생수는 매년 늘어나고 있다. 겨울은 빈곤층에게는 더욱 가혹한 계절이다. 생활능력이 떨어지는 어린 학생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절대적 빈곤에 허덕이고 있는 이들은 이제 추위뿐만 아니라 또 다른 기초생활문제와 싸워야 한다.

가난은 나랏님도 구제하지 못한다고 했지만 소외계층 지원에 대한 지방자치단체들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도 크다. 사회복지 수준을 한 단계 높이려면 예산 타령에서 벗어나 사회적 약자를 우선하는 행정을 펼쳐야 한다. 나아가 주어진 예산만 활용할 게 아니라 다양한 아이디어를 짜내고 실행하는 운영의 묘가 절실하다. 이런 면에서 대구광역시가 시행하고 있는 범시민 1% 나눔 캠페인은 눈여겨 볼 만하다. 동전 모으기 등을 통해 소득의 1%를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조성한다는 기발한 발상이다.

소외계층 지원사업은 관의 힘만으로는 안 된다. 이웃의 아픔과 어려움을 함께 풀어나가야 하는 게 공동체사회의 역할이다. 아직 우리 사회에는 기부문화가 정착돼 있지 않다. 한 해 수천만달러씩을 기부하는 카네기나 빌 게이츠의 경우는 특별한 경우라고 치더라도 미국시민 1인당 연 평균 자선금액이 641달러나 된다는 점은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없는 자들에게는 견디기 힘든 겨울이다. 주는 즐거움과 받는 고마움을 느끼는 세밑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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