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수석비서관 언론사 사장 및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펼쳐진 도청이라면, 국가의 기간을 흔들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따라서 이번 의혹은 대선과는 별도로 꼭 규명돼야 한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다고 발표했지만, 권력의 위세에 눌려 덮어두기 식으론 더 이상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해 둔다. 도청을 둘러싼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데도 여야는 물론 국정원까지 가세해 언제까지 공방전만 펼칠 것인가. 서로가 자신들의 주장이 진실이라고 우기기 전에 설득력을 내보여야 한다. 신 건 국정원장은 도감청이 불가능하다지만, 전 국정원장 이종찬씨는 휴대전화에 대한 도·감청이 가능하다고 했다.
사정이 이러하니 국민은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미국의 보안장비업체도 개인이나 사설업체에게 도·감청 장비를 판매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사설팀에 의한 도·감청은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나 생각된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대다수 도·감청 대상자들이 공개된 발언내용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누가 도·감청을 했든 간에 도·감청이 실제적으로 이뤄졌다는 의혹을 떨치기 어렵다.
여야는 집권 이후에 국정원을 과감하게 손질하겠다고 공언하지만, 이번 문제는 집권 여부를 떠나 우선적으로 파헤쳐져야 할 중대한 사안이다. 한나라당은 기왕에 의혹을 제기했으면 그 출처와 정보제공자를 서둘러 밝혀주길 바란다. 도청의혹은 민주당에 대한 네거티브 선거전략 차원을 넘어서는 중대 사안이다. '제보자 보호' 운운할 때가 아니다.
도청행위는 엄연한 범법행위이고 제보행위 역시 법의 잣대를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는다 해도 제보자의 행위가 법망을 피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정보제공의 근원지와 제보자를 공개해야 마땅하다. 정권말기에 공무원들의 줄서기가 횡행하는 한심한 작태에 철퇴를 내려야 한다. 한나라당의 현명한 결단이 최우선책이고, 검찰의 엄정한 수사는 차후책이다. 이 문제로 국민은 더 이상 혼란스럽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