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시민의 숙원사업인 호남선 도심구간 통과노선 이설이 끝내 무산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대전시는 지난주 발표한 '2021 대전 도시 기본계획안'에서 아예 호남선 철도의 외곽 이전을 포기함으로써 시민들에게 크나큰 실망을 안겨줬다. 시 당국은 호남선 이설비용을 전액 지자체가 부담해야 한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기존의 이전계획을 철회하고 호남선 철도노선을 지하철 1·2호선과 연계해 도시철도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급선회했다.

이쯤 되고 보면 대선(大選)공약까지도 믿을 게 못된다는 생각에서 허탈해지지 않을 수 없다. 호남선 도심구간 이설문제는 지난 92년 처음 제기된 뒤 93년에는 타당성 조사를 거쳐 두계역에서 신탄진역에 이르는 20.5km구간을 호남고속도로를 따라 이설하는 방안을 확정해 놓은 지 이미 오래다. 14대에 이어 15대 대선 때에도 공약사업으로 책정, 기대에 부풀었지만 결과는 너무도 허망하게 끝나는 것 같다. 대전 시민들은 10년 동안 뜸만 들이다가 스스로 포기하는 시정(市政)에 실망하면서, 또한 대선 공약까지도 불신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게 됐다. 이제 호남선 전철화 사업이 착착 진행되고 있어 호남선 이설계획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철도가 도심 한가운데를 가르는 도시는 대전만이 아니다. 청주와 전주가 그렇고 울산과 광주시도 마찬가지 경우지만 이들 도시는 이미 도심통과 노선을 교외로 이전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지난 87년 이 사업에 착수한 울산시는 도심 통과노선 18.5km를 91년 8월까지 간단하게 옮겼다. 대전과 같이 대선 공약사업으로 책정됐던 광주시 역시 89년부터 96년까지 965억원이 투입된 사업비 가운데 70%에 해당하는 671억원을 국비로 지원받아 어렵지 않게 성사시켰다. 대선 공약사업까지도 지역에 따라 공약(公約)이 되기도 하고 공약(空約)이 되는 현실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의문이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약속된 대통령 공약사업이 충청도 땅 대전에서만 버림받아야 하는 까닭이 어디 있는지 모를 일이다. 그것이 대전 시정의 무능 탓이 아니라면 전체 대전 시민이 우롱당한 결과로밖에 비쳐지질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호남선의 대전통과 구간만이 타 도시에 비해서 덜 절박한 것은 아닐 것이다. 다른 지역에서는 어렵지 않게 해결하는 지역현안을 대전시에서는 어째서 감당하지 못하는지 그 까닭을 알 수 없다. 되면 좋고, 안 돼도 그만인 대선 공약사업이고 그것을 성사시키지도 못하는 대전 시정이라면 대전 시민은 무엇을 믿고 무엇을 기대해야 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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